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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씨마른 전셋집… 계약 체결 됐다하면 신고가 경신

입력 : 2020-10-12 06:00:00 수정 : 2020-10-12 07: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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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7·수도권 61주 연속 상승
전세수급지수 5년만에 최고치
강남·외곽지역 안가리고 올라
도곡렉슬 85㎡ 15억5000만원
하계 1청구 84.6㎡ 첫 5억원대
11일 서울 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전세대출 증가폭이 역대 최대였던 2월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전세시장이 조만간 안정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해온 정부도 뒤늦게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나섰다.

 

1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9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9조1623억원으로, 8월 말에 비해 2조6911억원(2.8%)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인 지난 2월(2조703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고객이 보증료까지 내야 하는 전세대출에 비해 금리가 더 낮은 신용대출로 전세보증금 증액분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시중은행 설명을 감안하면, 전세대출 증가액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전세자금용 대출 수요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올해 들어 5대 은행 전세대출의 전월대비 증가폭은 2월에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3월(2조251억원), 4월(2조135억원)에 차츰 감소해 5월(1조4615억원), 6월(1조7363억원)에 2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7월(2조201억원)에 다시 2조원대로 올라선 뒤 8월(2조4157억원)과 9월에 증가폭을 키워왔다.

 

통상 임대차시장은 개학 전 학부모들의 이사 수요가 몰리는 연말·연초가 성수기에 해당하고, 7∼9월은 비수기라는 점에서 이 시기 전세대출 급등세는 이례적인 일이다.

전세대출이 단시간에 빠르게 늘어난 것은 최근의 전세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 매물이 줄고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앞다퉈 전세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종합 전셋값은 0.53% 올라 2015년 4월(0.5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12개월 연속으로 올랐고, 주간 기준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주, 수도권은 6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셋값이 이렇게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시중의 전세 매물은 더욱 줄어들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의 전세수급지수는 192.0을 기록하며 2015년 9월 말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0∼200의 범위로 표현되는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적음을 나타낸다.

 

서울 곳곳에서는 전세보증금 신고가 갱신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도곡렉슬 85㎡는 지난달 28일 보증금 15억5000만원(5층)으로 역대 최고가에 전세계약이 체결됐고, 바로 이튿날 래미안대치팰리스 91.93㎡도 보증금 17억3000만원(28층)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외곽지역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원구 하계1청구 84.6㎡는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보증금 5억원(7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고, 동작구에서는 입주 28년 차인 극동아파트 84.32㎡가 지난달 23일 보증금 5억3000만원(15층)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시장이 계속 과열될 경우에는 매매시장까지 충격파가 전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전세난에 시달리며 불안해진 세입자들이 주택매매로 뛰어들 경우 겨우 안정세를 찾아가던 아파트 매매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수도권 집값은 관망세가 강하지만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이 어려운 30대나 전셋값 급등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전세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대책 발표 후) 2개월이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전세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추가로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전세난 완화를 위해 월세 지출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거나 전·월세전환율 규정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다주택자나 법인의 매물 공급을 늘리기 위해 양도세 부과 기준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박세준·남정훈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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