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재밌게 나이듦(김재환, 주리, 북하우스, 1만4000원)=영화 ‘칠곡 가시나들’로 화제를 모은 김재환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만난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문해학교에 다니면서 한글 공부에 푹 빠진 할머니들의 일상을 가득 채운 설렘을 그림작가 주리의 감성적인 그림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할머니들은 아침 일찍부터 글자를 배우러 마을회관을 찾아가고, 떨리는 손으로 느릿느릿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쓰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동네 간판들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글을 몰라 서러웠던 마음은 한편에 접어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고, 자식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방송인 유재석은 추천사에서 “하루하루 밥을 짓듯 설렘을 찾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뭉클한 웃음을 준다”고 썼다.
첨삭 논술 지도(김문환, 커뮤니케이션북스,1만5800원)=어떻게 해야 논술문을 잘 쓸 수 있을까. 좋은 글을 많이 읽고(多讀), 많이 사색하고(多商量), 습작을 많이 하면(多作)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그러나 2% 부족하다. 내가 쓴 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책은 그 2%를 채워 주는 책이다. 논술 쓰기의 정석을 첨삭을 통해 보여 준다. 논술 쓰기의 성패는 ‘제시어’에 적합한 글의 주제를 찾아내느냐에 달렸다. 다음은 이를 논리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주제어에 적합한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현실 주제와 연결하고, 그 문제점과 그 원인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대안 및 전망을 명확하게 내놓는다. 이 모든 것이 1200자 내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 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교육 현장에서 예비 언론인을 직접 지도해 온 저자가 인문, 사회, 정치의 세 주제로 나눠 열 편씩의 첨삭 사례를 묶었다.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은정아, 산지니, 1만5000원)=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뷰 글쓰기 책이다.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달라도 인터뷰를 할 때 공통으로 챙겨야 할 기본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EBS TV ‘지식채널e’, ‘시네마천국’ 등에서 구성작가로 일하며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했던 경험을 살려 인터뷰의 기본을 단계별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할머니가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독자들은 인터뷰 대상을 꼭 할머니로 한정 짓지 않아도 된다. 가족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처음 누군가를 인터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을 기록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돼줄 책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1(김용섭, 부키, 1만8000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개인의 일상부터 기업은 물론 국정 과제까지 모든 것을 흔들고 있다.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 2021년 전망 역시 코로나19에서 출발한다. 내년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한 12가지 모습 가운데 첫 번째는 ‘안전 우선(Safety First)’이다. 소비자는 보다 안전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게 될 것이므로 세이프티 퍼스트는 매력적인 소비 트렌드이자 마케팅 코드가 된다. 저자는 원격근무와 비대면 사회, 개인주의 등 코로나 시대의 일상 외에도 지역(local)을 꼽았다. ‘자기 동네의 매력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사람들’이란 트렌드에서 동네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과 로컬 가이드 투어를 주력으로 삼은 ‘마이리얼트립’의 약진에 주목했다. 봉쇄와 격리의 시대에 로컬은 특별해진 비즈니스 키워드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시어도어 젤딘, 김태우, 어크로스, 3만2000원)=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지낸 역사학자인 저자의 대표작으로, 1994년 첫 출간 이후 27개 언어로 번역됐다. 1999년 번역돼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지 21년 만에 새로 나온 개정판이다. 저자는 고독과 사랑, 공포, 우울, 섹스와 요리법, 이성애와 동성애, 운명 등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고찰한다. 책은 미래를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새롭게 봄으로써 과거의 망령들과 결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류가 고민한 각종 주제의 근원을 추적하고, 그 문제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왔고 현재에 이르렀는지 전체적인 과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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