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사건 발생 6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발언의 상당 부분을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데 할애하면서 ‘사과 반·기대 반’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각별한 의미”라고 한 점이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아무리 분단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될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1일 소연평도 인근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해수부 공무원 이모(47)씨가 실종된 뒤, 이튿날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북측은 지난 25일 김 위원장이 “미안하다”고 언급한 내용 등이 담긴 통지문을 보내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가 나온 지난 24일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전날에는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와 북한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상당수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측 통지문에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건이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 관련) 사실관계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한 해법을 (남북이)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대화가 단절돼 있으면 문제를 풀 길이 없고 협력이 안되면 실효적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면서 북측에 남북 군사통신선을 복구해 재가동하는 방안 등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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