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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로또 당첨금 8.8억원 가로챈 부부, 무죄 → 실형

입력 : 2020-09-23 15:30:00 수정 : 2020-09-23 13: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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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서 건물 지어줄게” 속여 송금 받아
게티이미지뱅크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지적장애인이 로또 1등에 당첨되자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주겠다”며 당첨금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부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준명)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65)씨 부부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3년6월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A씨 부부는 2016년 문맹이자 지적장애인 B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연락해 “충남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같이 살자”는 취지로 설득해 8억8000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부는 B씨에게 송금받은 돈 중 1억원가량은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했고, 나머지 돈으로는 실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기는 했으나 등기는 A씨 명의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마련한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은 안 B씨는 A씨 부부를 고소했다. B씨는 13세 수준의 사회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부부에게 특가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 피고인들과 피해자 측 사이에 합의가 있었느냐’와 ‘피해자가 거금을 다룰 만한 판단력이 있느냐’였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병식)는 ‘토지와 건물을 피해자 소유로 하되, 등기만 피고인 앞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물 소유에 관한 개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유혹에 현혹될 만큼 판단능력이 결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A씨 부부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고액의 재산상 거래 능력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음식을 사 먹는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활동”이라며 “피해자는 숫자를 읽는 데도 어려움을 느껴 예금인출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마치 피해자 소유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것처럼 행세해 속인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심신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에 대해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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