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女게이머 5억명 달해
3년 전 3억명 비해 큰폭으로 늘어나
국내 시장서도 가파른 증가세 뚜렷

과거 게임은 그간 일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FPS(1인칭 슈팅 게임)부터 RPG(롤플레잉 게임)에 이르기까지 PC 게임의 전성시대였던 2000년대, PC방 대부분은 남성들 차지였다. 개발사들도 남성 유저을 대상으로 한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열을 올렸다.
최근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모바일게임의 성장과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 속에 여성 유저의 증가가 눈에 띈다. 향후 게임사들은 늘어나는 여성 게이머 공략을 위해 여심을 사로잡는 감성과 개발력, 작품성을 갖춘 여성향 게임 출시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일링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인 ‘샤이닝니키’가 생생한 3D 그래픽 중무장을 통해 출시된다. ‘사이닝니키’는 ‘아이러브니키’와 ‘러브앤프로듀서’ 등으로 여성향 게임 개발로 노하우를 축적해 온 ‘페이퍼게임즈코리아’가 국내에 서비스한다.
이 게임은 최근 공개한 트레일러에서도 스마트기기에서 가능한 극한의 그래픽으로 탄생한 니키를 공개했다. 공개하자마자 섬세한 스타일링과 함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해외에서는 오픈 당일 애플 앱스토어 인기 1위를 차지해 게임성을 입증했다.
또 비비드스튜디오의 로맨스 추리 작품 ‘썸머코드: 나만 모르는 어제’는 많은 여성향 마니아의 관심 속에 하루 만에 텀블벅 후원 금액을 달성했다. 여성향 유저들이 사운드를 중요시하는 점을 고려해 유명 작곡가 ‘김형석’이 참여한 음악과 인기 성우진을 기용해 몰입도를 높였다.

‘썸머코드’는 ‘수사’와 ‘데이트’를 진행해 실종된 엄마와 잃어버린 ‘나’의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매력을 지닌 네 명의 남자 주인공들과 로맨스를 즐길 수 있다.
게임사들의 여성향 게임 출시엔 여성 유저들의 급격한 증가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시장조사기업 니코 파트너와 구글이 발표한 게임 이용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여성 게이머는 5억540만명으로, 2017년 3억540만명에서 큰폭 증가했다. 올해는 여성 게이머가 5억8019만명에 달할 것이라 예측해 점차 증가하는 여성 게이머는 모바일 게임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에게 여성 게이머의 공감을 받을 스토리와 캐릭터, 독특한 게임성 요소를 갖춘 게임을 개발을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여성 게이머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월 만 10∼65세 30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2019년 6월 이후에 게임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남성의 73.6%, 여성의 67.3%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남성의 69.9%, 여성의 61.3%가 그렇다고 답해 1년 사이에 여성의 증가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과 어느 정도의 조작능력이 필요한 콘솔류 비디오 게임이나 PC게임과 달리 간편한 조작과 설치가 가능한 모바일 게임을 많은 여성 유저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유저들 중 93.3%가 모바일 게임을, 49%가 PC게임을, 16.3%가 콘솔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게임사들도 앞다퉈 여성향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성적인 스토리 라인과 작화를 바탕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컴투스의 모바일 스토리 RPG ‘워너비챌린지’는 인기 웹드라마 원작 ‘일진에게 찍혔을 때’의 작가진이 참여해 탄탄한 스토리로 화제가 되었다. 특히 주인공이 SNS 스타가 되기 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네 명의 ‘도깨비’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연애 이야기를 담아 젊은 여성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여성향 게임 ‘마술양품점’ 역시 연내 출시를 목표한다는 소식과 함께 신비로운 세계관과 배경 등 게임 정보를 공개했다. ‘놀러와 마이홈’, ‘에브리타운’ 개발진이 참여한 ‘마술양품점’은 판타지 마법 세계에서 주인공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과 일상 속의 판타지를 느낄 감성 가득한 스토리로 여성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권익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본부장은 “마술양품점은 나만의 개성을 뽐낼 마법의 선물가게에서 즐기는 판타지가 가득한 신개념의 모바일 게임”이라며 “여성 유저들을 위한 게임 등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위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방구석 인디 게임쇼 2020’에서 ‘세븐 데이즈’로 개발력을 인정받은 ‘버프 스튜디오’ 또한 여성향 게임 ‘꿈속에서 기다릴게’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탄탄한 스토리와 풀보이스로 중무장해 호평 받는 ‘파이널B컷’이 지난달 구글 플레이에 론칭했으며, 방탄소년단 팬덤을 겨냥한 넷마블의 ‘BTS 유니버스 스토리’도 사전 예약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상대적으로 개발사 입장에서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는 여성 유저들을 위한 여성향 게임도 중요한 사업전략이 됐다”며 “향후 여성 유저들을 위한 게임 개발과 게임에 여성 유저를 위한 편의와 감성 제공은 게임 개발 및 유통에서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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