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그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보도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화면에 노출된 데 대한 불만으로 “카카오 들어오라 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날 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설과 달리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됐다’는 보좌진 메시지에 답하는 것이 사진에 찍혔다. 기자 출신인 윤 의원은 다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부사장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고 지금은 포털사업자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이다. 문자를 보낸 보좌관은 윤 의원이 청와대에 재직하던 시절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하던 포털 통제를 국회로 옮긴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의견을 전달할 자유가 있다”는 윤 의원의 항변도 개운치 않다. 카카오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포털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뉴스만 보도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윤 의원은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가짜뉴스의 빌미를 제공했다. 카카오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를 배열한다. 이 대표 연설 기사 역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넣어 메인에 올렸지만, 윤 의원에게는 노출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일은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언론 독립이나 편집권에 개입하려는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혐의로 기소됐을 때 현 여권 인사들은 날을 세워 공격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권하고 나서는 드루킹 댓글사건이나 실검조작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표가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라고 경고하자 윤 의원은 “한 마디 말과 한 걸음 행동의 무게를 새기겠다”고 사과했지만 ‘꼬리 자르기’ 성격이 짙다. 야당은 ‘권포(권력·포털)유착’이라며 윤 의원 사퇴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포털은 언론사 뉴스를 전달하는 사실상의 언론 역할을 한다. 여당 의원이 포털의 뉴스편집까지 개입하려 했다면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항의로도 모자라 카카오 관계자를 오라 가라 하는 건 언론을 통제하려는 위헌적 행태다.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내보내라는 건 독재적 발상이다. 그러라고 국민이 권력을 쥐여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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