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과 건물 한 공간 연결
8개월간 25개 프로그램 진행
문 연 후 방문객도 3000여명
노후골목길 재생사업 활력

낡은 무허가 판자 건물과 창고가 있었던 서울역 뒤편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중림창고’에 관광객들이 모이는 가운데 중림창고 앞 노후 골목길도 문화거리로 변신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중림창고가 최근 ‘2020 대한민국 공공건축상(국토교통부 주최)’과 ‘2020 서울시 건축상’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림시장 등 일대를 다양한 동선과 공간으로 연결해 살아있는 골목길로 재탄생시킨 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중림창고는 서울역 뒤 중림동 골목길에 50년 넘게 자리했던 무허가 판자 건물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곳이다. 중림동 언덕길과 건물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길이 55m, 폭 1.5∼6m, 고저 차가 8m 이상인 대지 특성과 50년간 지역주민의 기억과 함께한 ‘창고’의 장소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후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설계자인 강정은 공공건축가는 “동네와 어울리는 건물이 되도록 고민을 많이 했고, 독특한 지형과 조건에 맞춰 건물을 설계했다”며 “1층 전면을 개방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고 중림창고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언제라도 지나가는 이들을 불러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림창고의 지상층은 콘텐츠 기업인 ‘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USO)’가 입주해 수익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과 영화, 디자인 등 문화 전반의 다양한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심야 살롱 라운지’ 등의 프로그램이 열리며 서점 등 판매시설도 운영된다. 개관 이후 지난 8개월간 25개의 프로그램이 열렸고, 3000여명이 방문했다. 지하 1층은 지역주민을 위한 주민 공동이용시설로 쓰인다.
서울시는 중림창고 앞에서 서울로7017로 이어지는 노후 골목길을 재생하는 ‘성요셉 문화거리 조성사업’도 시작한다. 서울로7017과 주변지역을 7개 길로 연결하는 ‘서울로 2단계 연결길 사업’의 일환으로, 이달 중 착공해 다음 달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낡은 골목길을 걷고 싶은 거리로 재생해 서울로7017을 통해 중림동으로 넘어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중림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다.

공사 대상 골목길은 약 150m다. 걷기 불편했던 골목길엔 매끈한 포장도로가 깔리고, 골목길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어 화사함을 더할 예정이다. 야간조명시설이 설치돼 밤에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주민과 공공건축가, 서울시, 중구 등이 머리를 맞대 지역 특성에 맞는 설계안을 완성했다. 서울시와 중구는 지역 주민들과 ‘민관협력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완성된 골목길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관리·운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중림창고는 낙후됐던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노후한 골목길 재생사업까지 완료되면 중림창고와 일대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중림창고 등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탄생한 8개 시설 구축과정을 기록한 ‘앵커-서울역 일대 도시재생공간 8’을 발간했다. 책에는 부지 매입부터 기획, 설계, 시공, 운영까지 시설조성과 관련한 숨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시는 거점시설 조성 노하우를 자세히 소개해 타 지자체 등 도시재생 참여 주체들이 사업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도록 돕기 위해 책자를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시 e북 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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