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도심공원에 위치해 접근 쉬워
덤벨 등 운동기구 10개 이상 갖춘 곳도
전문적 관리·소독 안돼 더 위험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고통을 호소하는 부류가 있다.
“하루라도 ‘쇠질’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그들, 바로 헬스 마니아들이다. 최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모든 실내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들이 눈길을 돌리는 곳이 있다. 산 중턱이나 도심 공원에 자리한 이른바 ‘산스장’(산+헬스장)이 그것이다.
31일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대형 포털에 ‘산스장’을 검색해보면, 최근 몇 주 사이 관련한 게시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많이 활용하는 ‘블라인드’ 앱과 디씨인사이드 ‘파워리프팅 마이너갤러리’, ‘헬스갤러리’에서도 ‘서울 산스장이 어디어디 있느냐’ ‘서울권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산스장이 있느냐’ ‘내일 산스장 미어터질 것 같다’ 등 질문글과 후기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언뜻 ‘산스장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들이 몰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평행봉과 철봉, 간단한 스트레칭 기구만 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헬스장 못지않게 운동 기구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많다.
무게별 원판과 덤벨·바벨은 물론 번듯한 운동 기구들, 이를테면 등운동이 가능한 하이풀·로풀 머신, 가슴에 집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체스트 프레스·펙덱 머신, 하체 단련을 할 수 있는 레그컬·레그 익스텐션 머신, 등과 가슴, 팔 운동이 가능한 케이블 머신 등이 10개 이상 구비된 곳도 있을 정도다.
돈이 따로 드는 것도 아니다 보니 운동 마니아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쏠쏠하게 운동하기에 딱’이란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자유롭게 헬스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도권 지역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된 30일 ‘산스장에 20∼30대 30여명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남산과 백련산, 배봉산, 봉화산, 아차산 등에 사람이 몰린다고 한다.
평소 동네 산스장을 종종 찾는다는 한 30대 남성은 “등산로에 있다 보니 하체운동하기도 좋고 운동복을 갈아입거나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산스장, 코로나19에 더 취약
다만 산스장 역시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외려 전문적인 관리나 소독이 안 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무심코 만지는 버튼이나 탁자, 난간 등 금속·플라스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대 9일까지 감염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산스장 운동 기구를 통한 감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단 얘기다.
더구나 산스장의 경우 감염 상황 발생 시 이용자들의 동선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릴 때까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실내든 실외든 두 명 이상 모이는 곳이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수도권 주민들께서는 다음달 6일까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집에만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1∼2주 정도는 운동을 쉬어도 근육량 손실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만큼 헬스장이 문을 열 때까지 가벼운 덤벨을 활용한 저중량 고반복 운동이나 맨몸운동을 통해 몸 상태를 유지해보라고 조언한다.
각종 맨몸운동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새벽반 고고씽’을 운영하는 윤대진(27)씨는 “맨몸운동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며 “운동선수 수준을 원하는 것이면 몰라도 헬스장 기구 운동 못지않게 효과가 큰 홈트레이닝 훈련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팔굽혀펴기 하나만 봐도 한 손으로 하는 ‘원암 푸시업’, 허리를 들고 머리를 숙여 어깨에 강한 자극을 주는 ‘파이크 푸시업’, 팔을 궁수처럼 넓게 벌린 뒤 무게중심을 양쪽으로 번갈아 옮기는 ‘아처 푸시업’ 등 손의 위치나 운동 속도 변화를 통해 다양한 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거다. 계단 오르기나 런지, 스쿼트, 플랭크 등 동작도 몸의 밸런스와 코어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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