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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시대… 기후위기가 곧 인권위기

입력 : 2020-08-29 03:00:00 수정 : 2020-08-28 18: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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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등 새 인권문제 속속 등장
코로나로 생명권·건강권 위협
생태적 상상력, 인권위해 필수
사회가 변하듯 인권도 변화해
저자는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를 연결할 줄 아는 ‘생태적 상상력’이 인권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코로나의 발생의 원인일 수 있는 그 자체,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시민들이 시청역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에서도 반독재 민주화가 인권운동의 최우선 과제였던 시대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민주주의가 상식인 사회, 보편적 인권을 당연한 사실로 여기는 ‘인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권 문제가 계속 등장해 사회적 혼란을 빚고 있다. 미투 운동, 예멘 난민 사태,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 거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거진 인권 문제들이 그 사례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의 최전선’에서 권리와 권리가 충돌하는 인권의 최전선에서 미래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피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인권 발전의 길은 본래 끝이 없는 여정이다. 과거에 비해 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권리가 늘어났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억압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사회가 진보해도 과거부터 존재했던 인권 문제가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떠오르거나 전혀 새로운 인권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몰랐거나, 숨어 있었거나, 정당한 권리로 인정받지 못했던 고통과 욕구가 새롭게 발언권을 얻는다.

책은 이런 상황에서 인권이 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자동적으로, 순리대로, 직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장의 ‘인권의 지평을 넓히는 상상력’에 따르면 시대별로 사람들이 유독 민감하게 느끼는 사회적 고통이 있다. 그것이 당대의 ‘인권 감수성’이다. 국왕의 자의적인 권력 남용에 질렸던 시대에는 ‘법의 지배’만 확립해도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다. 모든 책을 검열하던 시대에는 ‘출판의 자유’만 보장되어도 숨 쉬고 살겠다고 믿었다. 1987년 유월 항쟁 때에는 ‘고문 없는 세상’과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무척 많이 등장했다. 그것만 이루어지면 편한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시대별로 특유한 억압 권력이 나타나 인권 문제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 시대에 그 인권 문제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문제가 존재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인권 문제가 유난히 도드라질 뿐이다.

그는 이를 ‘인권 열차’에 비유해 설명한다. 인권 열차의 기관차와 각 차량은 각각 다양한 인권 문제를 상징한다. 기관차에도 엔진이 있고 각 차량에도 엔진이 있다. 열차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도 밀어주어야 움직인다. 시대별로 기관차의 선도 구실을 하는 인권이 달라진다. 예전에 ‘법의 지배’가 인권 열차의 기관차였다면 오늘날에는 ‘페미니즘’이 기관차가 되었다. 앞으로 시대가 바뀌면 또 다른 이슈가 기관차가 되어 인권 아이콘 구실을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줄 아는 눈이 인권의 역사적 감수성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혀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고독’이라는 이름의 고문도 돌아보게 한다. 2016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무려 43년간 독방에 갇혀 옥살이한 앨버드 우드폭스라는 재소자가 석방되는 일이 있었다. 우드폭스의 사례는 독방 구금과 고독 상태가 인간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교도소 안에서 규정을 위반할 때 내리는 징벌 중 최고 수위인 독방 구금은 환청, 환시, 공황장애, 폐소 공포, 망상, 기억상실, 무기력, 우울 등 심리적·정신적 장애를 일으키는 심각한 인권 유린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는 처분을 받는 이들이 바로 범죄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효제 / 교양인 / 1만8000원

저자는 “죄짓고 감옥에 들어간 주제에 독방에 갇히는 건 당연하다”는 말은 정당한가를 되묻는다. 범죄자를 포함해 실직자, 노숙인 등 사회에서 경멸받고 배제된 사람의 처지를 인권 문제로 볼 줄 아는 것이 그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코로나19 창궐 속 ‘기후 위기’가 ‘인권 위기’임을 설명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는 현재 아시아, 러시아, 북미, 오스트레일리아,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 212개국으로 확산했다. 이로 인해 세계인이 ‘생명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받았고 경제, 사회활동, 교육,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저자는 자본과 사람뿐 아니라 바이러스와 재난까지 세계가 하나로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사태를 ‘지구화’와 ‘기후 위기’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를 연결할 줄 아는 ‘생태적 상상력’이 인권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코로나 피해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코로나가 발생한 원인 그 자체,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왜 별로 들리지 않는지도 독자에게 묻는다.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인권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주문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인권의 진보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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