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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檢 무력화 위한 직제개편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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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7 22:35:40 수정 : 2020-08-27 22: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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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부패 수사 사실상 막아
직접수사도 축소 손발 잘라내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 효과적이어야 한다. 범죄현상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범죄의 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정보기술(IT) 혁명 시대의 첨단범죄는 그 규모와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경제범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라임자산운용 사건 피해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하고 희대의 금융사기로 드러나고 있는 옵티머스펀드 피해도 500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기업범죄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사건도 급증하는 추세다.

범죄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형사사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가정책으로서의 형사정책 기능과 역할이 중요해졌고 한정된 형사사법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배할 것인지 추진 전략이 핵심 과제가 되었다. 소프트파워 시대에 공정하고 효과적인 사법제도는 국가의 핵심인프라이자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여부나 조직개편도 범죄와 수사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검찰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종민 변호사

프랑스는 2004년 금융경제범죄와 조직범죄의 효과적 대응을 위한 형사사법 조직 구축, 첨단범죄에 대한 사법적 수단의 강화를 목표로 1959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최대 규모의 형사사법개혁을 단행했다. 부패범죄와 대형금융범죄에 미 연방수사국(FBI)식 잠입수사, 피의자 특별감시조치 등이 허용되었고 미국식 플리바기닝의 전면 도입, 통신감청 요건 완화, 자산동결 특별규정 신설, 해외범죄수익 환수 개혁 조치도 이루어졌다. 2013년에는 전국을 관할하는 독립된 국가금융검찰(PNF)을 신설해 부패범죄와 금융경제범죄에 대한 대응을 더욱 강화했다.

법무부가 추진해 온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지난 25일 대검찰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형사·공판부 강화를 위해 대검 수사정보기획관, 반부패·강력부선임연구관 등 4자리를 폐지하고, 서울중앙지검도 형사부를 1~3차장 산하로 확대·분산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번 검찰 직제개편의 정책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범죄환경 변화와 수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전략도 없고 검찰 수사실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지난 1월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전격 해체한 데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이후 권력형 부패범죄와 금융경제범죄 근절을 위한 법무부의 입장과 대책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제개편을 위해 선행되었어야 할 일선 검찰의 수사상황 파악과 조직진단이 생략된 것도 문제다. 정확한 현상 분석과 진단이 없는데 제대로 된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책의 일관성 부재도 지적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018년 2월 검찰 직접수사 강화를 위해 39년 만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신설되었다. 조국 민정수석이 재직 중이었고 적폐수사와 사법농단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다. 불과 1년 반 만에 법무부의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뀐 이유가 무엇인가. 정권의 검찰로 충실히 역할을 할 때는 직접수사를 확대했다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검찰의 손발을 자르는 직제개편을 밀어붙이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도가 불순하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나 직제개편도 일관된 정책목표와 추진 전략하에, 국가적 차원의 범죄대응역량 훼손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설될 공수처나 경찰의 수사만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이후 그 대안이 되기에 역부족이다. 이번 직제개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사례로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거악(巨惡)을 잠들지 못하게 해왔던 검찰이 무력화되면 웃는 자는 누구일까.

 

김종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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