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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청구서’ 들이민 中… G2 사이에서 부담 커지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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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4 06:00:00 수정 : 2020-08-24 1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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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양제츠 “코로나 안정되는 대로”
中 ‘美 대중전략 차단’ 韓 협조 요청

한·중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조기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시 주석의 방한 의사를 재확인함으로써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동안 경색된 양국 관계가 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의 대중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끌어들이려는 중국 나름의 계산도 깔린 외교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5시간50분에 걸쳐 회담과 오찬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시 주석의) 방한 시기 등 구체 사안에 대해서는 외교당국 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이번 만남에서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당초 올해 상반기 방한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코로나19로 방한 일정이 불확실해진 상황이었다.

한·중 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 필요성을 협의하고,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할 경우 한·중·일 3국 관계와 한·중관계가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아울러 한·중은 북한 문제와 관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한·중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서 실장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고, 양 정치국원은 “향후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은 또 최근 무역보복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고, 서 실장은 미·중의 공영과 우호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중국 측이 간접적으로 우리 측의 지지를 요청했으나 우리 측은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2년 만의 양 정치국원 방한이 한·중 교류·협력 활성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고, 서 실장 부임 이후 주요국 상대 인사로는 첫 상견례를 겸한 회담이 매우 의미 있고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은 22일 자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시 주석 방한 관련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中 ‘자국 입장 지지’ 암묵적 압박… 韓, 美·中 갈등 속 외교부담 커져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방한으로 양국 협력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온 한국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양 위원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부산에서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고위급 교류 등 한·중 관심 현안, 한반도 문제와 국제 정세 등 폭넓은 이슈를 논의했다.

 

우선 양국이 합의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은 꽉 막힌 대북문제를 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멈췄던 양국 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이런 ‘선물’을 안겨주며 자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는 ‘청구서’도 함께 내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화웨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등의 현안을 놓고 미국과 갈등하면서 우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양 위원은 방한 직전 싱가포르를 방문해 싱가포르 및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을 포함한 27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보안법 통과에 우려의 뜻을 표명했을 때 참여하지 않는 등 자유진영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상황에서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추파를 우려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일·한 관계는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미·한도 주한미군 주둔 경비 협상 등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삐걱거린다”며 “미·중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중국의 이번 움직임은 일·미·한의 틈새를 찔러 분열을 노리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객관적 태도로 중국과 우호를 유지했다”며 “양 정치국원 방한은 일본과 달리 객관적 태도를 보인 한국에 중국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보도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미·중 간 공영과 우호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는 원칙적 답변만 내놓고 중국에 명확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방한이 다가올수록 중국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국 동맹국 중 ‘약한 고리’라고 생각되는 한국에 자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중립적 입장을 지켜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엄청나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시 주석이 방한해 중국에 유리한 얘기가 발표되면 우리로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백소용 기자, 도쿄·베이징=김청중·이우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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