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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음 없이 ‘초심’ 그대로… ‘알수록 좋아지는’ 배우 전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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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3 12:00:00 수정 : 2020-08-23 13: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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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 전미도
‘좋은 연기란?’ 질문에는 “작품이 원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
“매번 출연 제안받을 때마다 기적 같아… 눈물겹게 감사”

전미도는 말하자면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 배우다. 안방극장에선 단 한 편의 드라마로 빛나기 시작한 샛별이다. 하지만 연극·뮤지컬 팬에게는 2006년 데뷔 이후 매번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믿고 보는 배우’다. 뮤지컬 ‘영웅’에선 짝사랑하는 안중근 의사를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는 중국소녀로, ‘베르테르’에선 만인의 연인 ‘롯데’로, ‘스위니토드’에선 인육파이를 만드는 식당주인으로, 그리고 ‘어쩌면 해피엔딩’에선 사랑을 배우는 로봇 ‘클레어’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를 설명할 때는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배우’라는 배우 조승우 언급도 자주 소개된다. 최근 기자회견에선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가 왜 이런 호평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서 내면의 단단함과 깊은 사유(思惟)가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결국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인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전미도는 “작품이 원하는 인물을 표현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결국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걸 잘 전달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쉽게 선택할 수도 있어요. (작품이 원하는 인물 대신)내가 잘하는 걸 선택해서 보여줄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잘하는 것처럼 보일 텐데 그러지 않으려고 무척 경계하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오슬로(2018)’ 무대에 설 때 맡은 인물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차분하고 어떤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반대에 선 사람이거든요. 굉장히 ‘욱’하고 감정적인데 그걸 억누르고 이성적인 사람을 표현하려고, 그 길을 찾아가기까지가 꽤 어렵고 오래 걸렸어요. 고통스럽더라도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배우 전미도. “춤추는 뮤지컬을 못 해봤어요. 춤은 못 춰요. 근데 제가 흥은 있거든요. 지금 시국이 이런데 두어 시간을 마스크 쓰고 보는 관객을 보면 매번 울컥 울컥해요. 끝까지 포기않고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CJ ENM 제공

여러 무대에서 항상 호평을 받는 편인데도 때로는 힘들고 극장으로 출근하기 싫을 때가 있다고 한다. “제가 역부족이라고 느껴져서 항상 철봉에 매달려있는 느낌으로 공연할 때가 가끔 있어요. 아니면 인간적으로 같이 하는 배우가 싫다든지, 관객평이 좋지 않다든지…. 관객평을 일부러는 안 보는데 들려오거든요.”

 

전미도의 배우 인생 14년, 조연생활은 짧았지만 성장통은 제법 있었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 그런 계기가 많았다”며 “윤석화 선생님과 같이 한 ‘신의 아그네스(2008)’가 첫 번째 경험이었다. 진짜 처음으로 제가 껍질이 벗겨지는, 깨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공연 첫 회까지도 뭔지 모르고 공연했거든요. 울어야 한다는데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울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두 번째 공연부터 스스로 깨지면서 알겠더라고요. 리빙스턴 박사가 엄마에 대해 질문을 쏟아붓자 엄마를 옹호하다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던 대목인데 살다 보면 우리도 부모님이 미울 때가 있고 서운할 때가 있고 이해 안 될 때도 있는데 그런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한번 깨졌었고. ‘메피스토(2014)’하면서 또 한 번 깨졌었고, 뮤지컬은 사실 노래가 어려운 작품 만날 때마다 매번 그런 경험을 해요.”

출연 공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전미도 주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CJ ENM 제공

한때는 어려보이는 얼굴, 여려보이는 이미지도 고민이었다. “동안이어서 이십 대 후반까지 십 대 연기를 했거든요. 그 당시 고민이 많았어요. 뮤지컬 ‘영웅(2010)’ 시절인데 같이 공연한 조승룡 선생님께 고민상담을 했더니 ‘외면을 바꿀 순 없다. 결국 내면 힘을 키워야 돼’라고 답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결국 ‘더는 십 대 역할을 맡지 않겠다’ 그렇게 결정했더니 그다음 작품에선 성인 역할이 오더라고요. 그 후에도 여리여리한 이미지 때문에 계속 그런 역만 들어와서 고민하던 차에 ‘메피스토(2014)’에서 남자가 맡던 메피스토 역 제안이 들어와서 과감하게 선택한 거죠. 그렇게 제가 가진 이미지를 스스로 깨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아직 앳된 얼굴이 무색하게 다양한 출연작에서 쌓은 호평을 기반으로 방송·영화계에서도 출연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초심은 그대로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마음가짐에 대해 전미도는 “이걸로 ‘밥이라도 먹고 살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연기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저의 이런 모습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정말 운이 좋은 거 같아요. 매번 출연 제안받을 때마다 기적 같고 너무 감사하고 몸이 열 개라면 다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대학생 때 배우를 꿈꾸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 눈물겹게 감사해서 그런 마음 잃지 않고 계속해서 이 일을 잘 해냈으면 좋겠어요. 다른 마음이 없어요.”

TV·영화 촬영장이 아닌 무대를 향한 열정도 여전하다. “아무래도 공연은 두 달 정도 시간을 가지고 참여자들이 그 시간 동안 만들고 부시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중에서 베스트를 뽑아 공연을 올리는 건데, 드라마는 약간 휘발성으로 순간에 집중해서 뭔가를 뽑아내는 게 있더라고요. 사실 무대에선 제 연기를 못 보잖아요. 관객 반응을 보고  ‘잘하고 있나 보다’생각하는데 TV를 보면서는 ‘와. 내가 저런 연기를 했구나’보면서 깨달아요.(비교하자면)과정이 주는 힘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무언가를 다 같이 만들고 고민하고 다시 수정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저는 진짜 재밌거든요. 사실 관객을 만나 박수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좋은 배우들이랑 같이 만드는 과정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저에게는 중요해요.”

 

출연 제안은 쏟아지고 있지만 인연이 닿는 작품, 자신을 성장시켜줄 작품이 그는 좋다고 한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가 제일 중요해요. 정답처럼 (결론이)내려지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해요.(그동안 출연을)선택한 작품을 지나서 생각해보니 화두를 던져주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묻는 작품을 많이 했더라고여. 그런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제일 먼저 보고,  그 다음은 캐릭터인데 이전 출연작과 비슷한 것보다 다른 걸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다음 무대를 미리 계획하지는 않아요. 작품하고는 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작품이 들어올까 더 궁금합니다.”

열정과 순수함은 좋은 연기, 작품에 대한 전미도의 지론(持論)이다. 배우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 그는 열정을 꼽았다. “얼마 전 분장실에서 동료들과 얘기했거든요. ‘열정도 재능’이라고…. 사실 일은 하고 있지만 열정은 식어있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러면 늘 했던 연기를 그냥 하게 된다든가. 그냥…. 여러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느낀 점인데 처음에는 되게 기술이 좋은 배우가 있으면 ‘와 연기 잘한다’ 이렇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그 기술 좋은 사람 옆에 진정성을 가진 배우가 나타나면 진정성이 이기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진정성이 가장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굉장히 순수함을 가진 배우가 오니까 진정성을 이기더라고요.  ‘아. 사람 마음을 결국 진짜 움직이는 건 순수함’인가 생각했는데 지금 무대에 오르고 있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그런 작품 같아요.”

 

무대에선 매번 변신하는 전미도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수다스러운 아줌마 같은 면도 있고, 클레어처럼 발랄 귀여운면도 있고, 채송화처럼 진지하고 차분한 면도 다 있어요. 상황에 따라 다른 면이 나온다싶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좀 사랑스럽습니다. 하하.”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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