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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가 불러온 역대급 '물폭탄'… 산사태 등 사고 속출

입력 : 2020-08-05 06:00:00 수정 : 2020-08-05 07: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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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집중호우 원인 살펴보니
공기 정체돼 찬기류 亞 밀려온 탓
중부 42일째… 기록 경신 가능성
전국 38곳에 산사태 경보·주의보 발령
지난 3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에 토사가 덮쳐 소방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가평 펜션 일가족 3명 사망, 평택 공장 3명 사망, 충북 제천 캠핑장 1명 사망….

최근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밀려온 토사에 매몰돼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산사태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보여준다. 당분간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산사태에 대비한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총 224건에 달한다. 가평 펜션처럼 산을 깎아 만든 개발 사업지(도로변, 공사장 절개지 등) 등에서 밀려온 토사로 인한 피해까지 합쳐 이 기간 산사태 관련 사망자는 10명이나 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인명 피해 등이 우려되는 산사태 취약지역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2만6238곳으로, 이번에 비 피해가 큰 경기도는 2200여곳, 강원도는 2600여곳에 달한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 시·군·구 중 산사태 경보·주의보가 발령된 곳은 38곳에 이른다. 비가 많이 올 경우 빗물로 토양 무게가 무거워지면 암반을 따라 얹혀져 있던 흙이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한다. 통상 하루 강우량이 140㎜ 이상이거나 시간당 30㎜ 이상일 때 산사태 위험이 크다. 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곳에 따라 시간당 100㎜ 이상 쏟아지는 폭우에다 장마 장기화로 산사태 위험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4일 오전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 마을이 집중호우로 파손돼 있다. 뉴시스

이창우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비가 긴 시간 계속 오면 토양에 있는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위험 수위에 이르며 올해에는 장마가 한 달 이상 이어져 임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비가 더 온다면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사태 방지) 구조물 등이 설치돼 있더라도 비가 많이 오면 큰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사태 예·경보가 발령된 지역 주민들은 가급적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산사태는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온다. 2002년에는 태풍 ‘루사’로 인한 산사태로 35명이 숨졌고, 2011년에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인근 등에서 43명이 사망했다. 산림청은 앞으로도 국지성 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도권과 강원, 충북, 경북 등 지역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샘솟거나 평소 잘 나오던 지하수가 멈췄다면 산사태 위험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바람이 없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질 때, 산울림이 들릴 때는 산사태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고 즉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 온난화 ‘나비효과’… 북극 얼음 녹자 ‘물폭탄’

 

올해 여름 장마가 길게 이어지며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데 온난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 지난 6월10일부터 7월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이어지며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를 기록했다. 남부지방은 올해 6월24일부터 7월31일까지 38일간 지속됐다. 남부지방 장마철이 가장 길었던 해는 1974년과 2013년으로 46일간 지속됐다. 현재 장마가 지속되고 있는 중부지방은 이날 기준 42일째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13년의 49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폭우는 북극과 러시아 북부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과 연관이 깊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자 ‘반사판’ 역할을 했던 빙하와 눈이 녹아 지면이 드러나면서 햇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흡수하게 됐다. 이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쌓이면서 공기가 정체돼(블로킹 현상)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밀려왔다.

 

기상청은 8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과 전라도에는 10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에는 14일까지 비가 내린다고 전망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서울·경기도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4일부터 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 강원영서, 충청북부, 서해5도 지역이 100~300㎜ (많은 곳 500㎜ 이상), 강원영동과 충청남부, 경북북부 지역은 50~100㎜(많은 곳 150㎜이상)이다.

중국 후베이성 이창의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댐이 지난달 19일 홍수로 불어난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이창=신화연합뉴스

일본과 중국에도 비 피해가 속출했다. 일본은 지난달 초 규슈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내려 70여명이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회의에서 규슈를 중심으로 한 폭우 피해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했다. 중국 역시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수재민이 지난달 말 기준 5000만명을 넘어섰다.

 

기상청 관계자는 “나비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붓는 파생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며 “온난화로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지역별로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카키타 에이이치 교토대 수문기상학 교수도 아사히신문에 “높은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리면서 비의 양이 심하게 증가했다”며 “최근의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남혜정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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