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 쓴소리에는 귀를 막아
폭주만 하면 우리당 전철 밟을 것

의회민주주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이다. 어느 정당도 자기 주장만 관철시킬 수 없는 만큼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게 정당정치의 기본 원리다. 21대 국회 모습은 정반대다. 초반부터 176석의 거대 여당에 의해 의회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이번주에도 입법 폭주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늘 법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부동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안을 비롯한 16개 법안을 심사한 뒤 7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는 제동 장치가 없다. 상임위 소위원회 심사와 찬반 토론 등 필요한 절차를 건너뛰는 건 물론 법안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법안을 통과시킨다. 야당은 물론 당내 이견이나 쓴소리에는 귀를 틀어막는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4선의 노웅래 의원 페이스북에는 지난달 31일 온종일 ‘악플’이 쇄도했다. 노 의원이 전날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다.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가 민주당 극성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이다. 노 의원은 “끝까지 ‘협치’를 해보고자 노력했으나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면서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15 총선에서 압승한 뒤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한다”며 몸을 낮췄다.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의석을 차지한 승리에 취해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등 4대 개혁입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경험을 상기한 것이다. 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여당이 총선 승리 이후 석달 동안 한 일이라곤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추경안 단독 처리,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단독 채택 등 국회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일하는 국회’는 국회를 그들이 원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통법부’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건 지금처럼 국회를 제멋대로 운영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야당과 협력해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라는 취지였다. 여당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국회를 우습게 알고 폭주한다면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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