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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의 협력… ‘작은 통일’ 연습과 같아”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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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03 05:00:00 수정 : 2020-08-02 20: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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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창업지원 ‘더브릿지’ 황진솔 대표
기부가 기부로 이어지는 투자 형식
기부금은 홈피에 공개… 투명성 확보
창업가 성장 지원 프로그램 운영도
“탈북민에게 필요한 생태계 시급”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가 기부를 통해 탈북민의 창업을 지원하고 자립한 탈북민이 또 다른 탈북민을 돕는 활동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3만명이 넘지만 이들이 국경을 건너온 이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면서도 알려는 노력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탈북민의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 비정부기구(NGO) ‘더브릿지’의 활동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더브릿지 사무실에서 만난 황진솔(39) 더브릿지 대표는 “저희가 목표로 삼은 사람은 탈북민 중 창업 자립 역량을 가진, 어떻게 보면 탁월한 탈북민들”이라며 “이분들이 성장해서 다른 탈북민을 고용하고 돌보며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지속가능하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모두 3만3523명의 탈북민이 입국했으며 한 해 1000명 넘는 탈북민이 계속 입국하고 있다. 국내에서 취업한 탈북민들은 단순 노무직 등 저임금 노동자가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 관련 컨설팅 회사에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임팩트투자’(수익과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담당했던 황 대표는 좀 더 현지에 필요한 금융지원 방식을 구상했다. 시민이 소액을 십시일반 모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과 기부를 결합한 ‘임팩트기부’ 모델을 만들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탈북민 친구 등을 통해 탈북민들이 이런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더브릿지는 심사를 거쳐 일정 매출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탈북민이나 개도국 취약계층의 사업에 시민들의 기부금을 지원하고, 자립에 성공한 대상자들은 다시 더브릿지를 통해 다른 사업에 기부 형태로 환원한다. 누군가 선한 의지로 기부한 돈이 필요한 곳에 계속 돌게 되는 구조다.

 

기부자가 기부금 중 운영비 비율을 설정할 수 있게 하고 기부금 운영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개해 투명성도 확보했다.

황 대표는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불쌍하니까 이 사람을 도와줘야겠다’와 같은 즉각적이고 감성적인 기부가 대부분인데, 저희는 이성적인 기부를 추구한다”며 “누군가를 지원하면 성장해서 또 어려운 사람을 돕는, 중장기적이며 지속가능한 형태의 기부”라고 설명했다.

 

더브릿지가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서 사업을 시작한 뒤 탈북민 지원 펀딩은 6건을 진행했다. 이 중 3건은 어느 정도 자립에 성공해 재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남북 청년들이 함께 만든 ‘요벨의 커피숍’은 초기 자금 지원과 기업의 장소 제공 등에 힘입어 자력으로 3호점 확장을 준비할 정도로 성공했다. 북한에서 물류사업을 했던 탈북민이 창업한 ‘카이정물산’도 탄탄한 중국 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더브릿지에서 지원하는 탈북민 창업가들은 북한에서 1990년대 전후에 태어나 ‘고난의 행군’ 시절 혹독한 가난과 이후 시장경제를 일부 경험한 ‘장마당 세대’가 대부분이다. 황 대표는 “이들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랐지만 ‘자본주의의 꽃’인 창업에 이른 만큼 적극적으로 자기의 삶을 주도하며 향후 탈북민 사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브릿지는 탈북민 창업가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무엇보다 탈북민과 남한 사람이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탈북민 창업가 토크콘서트를 열고, 탈북민 창업가의 친구가 되어 간단한 인터넷 접근성 개선과 컴퓨터 활용 역량 등을 가르쳐주는 시민 펠로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올해 중에는 탈북민들의 물품과 서비스를 모아놓은 온라인 플랫폼을 열어 일반 시민들이 사용해보고 평가하는 일종의 체험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이런 과정에서 서로 단절된 집단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친구가 되며 실질적인 ‘작은 통일’을 연습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순수한 목적으로 지원해도 시스템이 잘 잡혀 있지 않으면 결국 취지와는 다르게 망가져 버리는 것을 봤다”며 “탈북민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과 사람들이 연대해서 탈북민이 창업의 어느 단계에서도 중복되지 않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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