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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대책 빠진 ‘회색 뉴딜’… 석탄발전사업은 ‘진행형’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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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30 06:00:00 수정 : 2020-07-30 15: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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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까지 석탄 발전 절반 줄인다지만
7기 신축 계속 추진… 비중 되레 1.5%P↑
해외전문가들, 韓에 파리협정 준수 촉구
“발전소 조기 폐쇄 등 2029년 탈석탄을”
지난 17일 환경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이 광화문광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을 비판하는 의미로 ‘머리에 회색 액체를 들이붓는 정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조차 없는 정부 그린뉴딜은 ‘회색뉴딜’이다.”

환경단체인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지난 17일 광화문 앞에서 회색 물을 머리에 붓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정부의 ‘그린뉴딜’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에는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조건인 석탄발전소 폐쇄 및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이 없고,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그린뉴딜이 아니라 회색으로 덧칠한 회색뉴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하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5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가지 큰 축 중 하나로 73.4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그린뉴딜’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각종 사업안들이 마련됐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탄소배출의 주범이라고 불리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현재 7기의 추가 석탄화력발전소를 건립 중에 있고,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추진 중인 석탄발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기존 정책들과 다를 바 없는 그린뉴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넷제로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한국, 파리기후협약 준수하려면 2029년까지 탈석탄 완료해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34년까지는 석탄이 우리나라의 주요 발전원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민간 전문가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4년까지 석탄 발전설비와 발전량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 가동 중인 60기의 석탄발전기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30기(15.3GW)를 줄여 현행 27.1%인 석탄 비중을 14.9%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석탄발전이 감소한 자리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대체한다. 줄어든 석탄발전 30기 중 24기(12.7GW)를 LNG 발전기로 대체할 예정이다. 동시에 새롭게 건설 중인 석탄발전 7기(7.3GW)가 그대로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에 2034년까지도 전체 발전량의 28.6%를 석탄발전이 차지하게 된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는 △신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고성하이화력 1·2호기(고성그린파워) △강릉안인화력 1·2호기(강릉에코파워) △삼척화력1·2호기(삼척블루파워)다.

환경단체에서는 이 같은 전력수급계획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녹색연합은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국제사회가 강조하고 있는데, 신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7기를 30년 수명이 다한 후에 폐지한다는 것은 국제사회 목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신규 석탄발전사업을 모두 취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약속인 파리기후협약(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하지 않도록 제한)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를 기존보다 더 빨리 폐쇄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지난 2월 발간한 ‘탈석탄 사회로의 전환-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탈석탄 경로’ 보고서를 통해 파리협정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2029년까지는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2017년 대비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58%까지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선임연구원인 우르술라 허트필터는 “한국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 등을 반영해도 2050년까지 할당량의 2.5배에 달하는 양을 배출하게 되고, 나아가 계획대로 신규 석탄발전소가 추가되면 파리협약서 약속한 탄소 배출량의 3.17배를 내뿜게 된다”며 “현재 한국이 가동 중인 발전소를 현재 계획수명보다 더 조기에 폐쇄하거나 이들 발전소 이용률을 현격하게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해외 석탄발전사업의 ‘큰 손’ 한국… “좌초자산 위험성 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석탄사업에 투자하면서 국제적으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1조원이 넘는다.

최근에도 한국전력공사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지난달 30일 임시이사회에서 이를 가결했다.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자와섬에 2000MW급(각 1000MW)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4조2000억원이고 한전이 합작사를 만들어 600억원을 출자해 완공 후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지역의 환경오염과 지역주민들이 입게 될 건강상 피해뿐만 아니라 ‘좌초자산’의 위험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좌초자산은 시장환경 변화로 가치 또는 수익성이 떨어져 부채 등으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106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평가돼 사업성 부족에 해당하는 ‘그레이존’ 사업으로 분류된 바 있다.

재심의 결과 역시 해당 사업이 향후 25년간 약 85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한전은 굴하지 않고 이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투자 결정 이후 한국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은 자와 9·10호기 사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각국이 석탄산업이 좌초자산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투자를 철회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석탄에 대한 끝없는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전은 2010년부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추진하던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투자금 가운데 5135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이는 지난해 한전 당기순손실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호주 정부가 광산개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자연훼손 우려가 크다며 허가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만간 한전이 투자를 추진 중인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발전사업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약 95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사진=연합뉴스


그린피스는 “올 3월에 발표한 세계 석탄발전 추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석탄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5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해외 석탄발전소에 공적자금을 대규모로 투자해 왔고 심지어 최대 규모의 석탄 설비 건설을 시작했다”며 “환경적 피해뿐만 아니라 뻔히 보이는 재무상 손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전은 더 이상 석탄사업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업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공적금융이 국외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우원식·민형배·이소영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 4법’(한국전력공사법·한국수출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무역보험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한전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사업범위에서 해외 석탄발전의 수행 또는 자금지원을 제외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김성환 의원은 “한전이 현재 투자를 고려하는 사업들 대부분이 좌초 자산화가 우려된다”면서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사업은 호주의 바이롱 광산 사업과 같이 국민 세금이 투여된 공기업에 막대한 재무적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도 “해외 석탄 투자를 중단하고 일관성 있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악당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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