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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이 “세계 최고” 극찬한 신형 미사일 정체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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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5 12:00:00 수정 : 2020-07-25 1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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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2 탄도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과학연구소(ADD) 창립 50주년(8월 6일)을 앞둔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전 유성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면서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 성공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창설되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사항이라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는 없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것에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현무-4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건설한 수천개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현무-4는 북한을 압박하는 또하나의 전략무기라는 평가다.

 

◆北 지하시설 부술 벙커버스터

 

사거리 800㎞, 탄두중량 2t으로 추정되는 현무-4는 2017년 9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는 미사일 개정 지침이 채택되면서 개발이 진행됐다. 하지만 군은 현무-4에 대해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50주년(8월6일)을 맞아 23일 대전 유성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직원 격려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전=뉴시스

현무-4 개발과정이 드러난 것은 지난 3월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3월 24일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현무-4 2발을 시험발사했으나 1발이 실패했다.

 

주목할 부분은 그 이후다. 국립해양조사원 항행경보자료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가 4월 이후에 추가시험을 한 정황이 있다. 다만 안흥-전장포(전남 무안군)-이어도 북방(총 거리 450㎞)이었던 3월과 달리 4월은 안흥-가거도 인근(300여㎞)이었고, 실제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6월의 항행경보는 안흥-전장포(150~200㎞)에 한정됐다. 국내 여건상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거리가 너무 짧다.

 

3월 시험발사 당시 비행과 유도 등 일반 기술 검증을 하고, 그 이후에는 현무-4의 탄두 낙하를 비롯한 핵심 성능 확인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민 통제 등의 문제로 정상 각도(30~45도)보다 훨씬 높은 고각으로 발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많이 사용하는 고각 발사는 고도를 높이는 대신 비행거리를 줄일 수 있다.

 

현무-2 탄도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렇다 해도 첫 시험발사 이후 4개월만에 “개발 성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은 10여 차례 이상 시험발사를 하면서 기술을 검증하고, 기술적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성능을 확인한 뒤 전력화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일각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도 안하고 실전배치한 북한과 다를 게 뭐냐”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에 개발된 현무-2B, 2C의 기술을 활용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탄두중량 1t에 사거리 500㎞인 현무-2B는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탄두중량 500㎏에 사거리 800㎏인 현무-2C는 2단 로켓과 보조날개를 장착해 사거리 연장과 비행 안정성, 명중률을 높였다. 시험발사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 개발기간과 비용 감축을 위해 기존 기술을 활용했다면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든다. 

 

순항미사일 수준의 정밀도, 미국산 벙커버스터를 능가하는 위력, 검증된 기술 체계가 결합한 전략무기가 단기간에 실전배치되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무-2B(왼쪽)와 현무-2C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핵·WMD 대응체계 핵심 전력 될 듯

 

현무-4가 실전배치되면 우리 군이 추진중인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체계(한국형 3축 체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핵·WMD 대응체계는 전략표적타격(킬 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압도적 대응(대량응징보복)으로 구성된다. 미사일을 탐지, 추적, 파괴하는 전략표적타격과 달리 압도적 대응은 고위력 미사일을 지하에 있는 북한 전쟁지휘부나 핵무기 기지 등에 퍼부어 일정 지역을 초토화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시설이나 벙커 파괴는 공대지미사일이나 정밀유도폭탄이 쓰인다. 미국의 재즘(JASSM)이나 벙커버스터 폭탄, 유럽 타우러스와 스칼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기술이 부족한데다 항공기와의 체계통합 문제,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 경험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지하시설 파괴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이 개발한 초대형방사포가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은 지하철을 지하 100여m에 만들 정도로 지하시설을 깊게 구축한다. 고강도 콘크리트로 벙커를 만들고 그물처럼 정교한 지하통로도 구축했다. 벙커버스터를 한발씩 투하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북한 전쟁지도부 타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2발 이상의 현무-4를 순차적으로 쏴야 한다. 첫 발이 표적에 명중하면 그 위치에 제2, 제3의 현무-4를 발사하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벙커라도 탄두중량 2t짜리 탄도미사일이 음속의 수 배 속도로 잇따라 낙하하면 버틸 수 없다. 지하시설이 있는 지역 전반에 걸쳐 충격파가 미치게 되고, 이는 특정 지역을 마비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하시설을 관통하지 못하더라도 출입구나 전력 및 환기, 급수체계를 파괴한다면 북한의 전쟁수행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현무-4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지휘소를 자주 옮길 경우 전쟁 지휘에 대한 집중력이 저하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 과정을 포착, 공군 전투기나 무인기로 하여금 공격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같은 개념은 대중문화에도 등장한다. 영화 <강철비>의 소설판에서다. 우리 군이 북한 쿠데타 세력이 장악한 평양 대보산 벙커를 공격할 때, 영화에선 타우러스 미사일이 등장하지만 소설에선 탄두중량 2t짜리 한국형 벙커버스터로 묘사된 현무-2 탄도미사일 5발이 쓰였다. 벙커가 위치한 산에 첫 발이 명중하자 미사일 4발이 계속 날아들면서 지하 수백m까지 파고들어 폭발, 산사태를 일으켜 해당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관계자들로부터 전략군의 화력타격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무-4는 비행거리 측면에서도 상당한 전략적 역제력을 제공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과 15형 시험발사를 자강도 등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서 실시했다. 서해 위성발사장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다.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시설 중 상당수가 우리 군의 타격범위 밖에 있는 셈이다. 현무-2C가 있지만 지표면에 있는 표적에 한정된다.

 

하지만 벙커버스터인 현무-4가 등장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중 국경과 가까운 북한군 지하시설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북한으로서는 안전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인적, 물적 소모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소문만 무성했던 새로운 전략무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성능 및 운용평가에서 최종적으로 검증을 받으면 양산을 거쳐 실전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벙커버스터 탄도미사일이 전력화되면 북한군의 위협에 맞설 전략적 억제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과 대구경방사포를 능가하는 미사일 전력이 갖춰지는 셈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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