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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시대정신 담아내는 우리 음악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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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4 22:09:44 수정 : 2020-07-24 22: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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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 인류문화 공통점 내포
동시에 다양성을 함께 지닌 음악
최근 트로트 열풍, 일회성이 아닌
우리 만의 뭔가를 잘 담아냈으면

세계 각지의 음악을 통해 문화를 읽는 일을 하다 보니, 종종 이런 음악 장르 또는 용어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이른바 우리가 월드뮤직이라고 부르는 음악이다. 그럴 때마다 글쓴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 본연의 정서인 희로애락을 소리의 고저장단으로 호소하는 음악’이라는 정의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더 좋다. 오직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했으며, 그 지역의 언어나 음악 형식, 또는 그 지역만의 전통 악기로 연주된 음악이면 더 좋고, 그리고 위의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를 담아냈다면 그 음악은 월드뮤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염두에 두고 세계 각지의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들어본다면, 우리가 월드뮤직에 대한 정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이 요건들을 적용해서 월드뮤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음악들을 추리고 나면, 그 음악 속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문화 코드가 담겨있음을 절감할지도 모른다. 언어, 역사, 지리, 관습, 기후 등등, 월드뮤직은 인류 문화의 공통점을 내포하는 동시에 다양성을 함께 지닌 재미있는 음악이다. 우리는 단순한 지식의 나열과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음악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세계 지리를 익히며, 특정 지역 사람들만의 관습을 이해할 수도 있다. 만일 어느 외국인이 우리의 전통음악이나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한국어, 그리고 우리만의 관습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는 해외 각지의 십대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가치는 뒤로하고, 세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문화의 공통분모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가 열광하는 것이다. 이제 그 안에 담긴 특정 지역, 우리만의 문화가 담겨 있는지 들여다보는 일만 남았다. 만일 우리가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에…”로 시작하는 우리 옛 가요를 듣는다면, 우리는 아마 현인 선생님의 목소리를 맨 먼저 떠올릴 것이다. 만일 이 노래를 모르거나 이 가사를 처음 들어본 방탄소년단의 세대라 해도, 우리의 옛 가요 중 하나라고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인의 목소리로 한국어로 구성된 가사에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가 상징하는 역사적 사실을 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구체적으로 1·4 후퇴 때 흥남에서 이산가족이 되어버리는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담은 대중음악의 첫 가사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해외에서 들어온 서양 대중음악을 한국의 옛 대중음악 가수가 이탈리아 벨칸토 창법을 적용해 부른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요 속에서 우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분단의 비극을 노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가요는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뮤직으로 손색이 없다. 한국의 문화나 역사, 관습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권에 사는 사람이 이 노래를 처음 듣는다면 꽤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왜 북한의 지명이 남한의 옛 대중음악에 등장하는지 사전 이해가 없는 한 절대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최소한 한글을 읽을 수 있다거나 한반도의 현대사라든지, 한국전쟁에 관한 사전 정보를 이미 갖고 있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의 원로 대중음악 가수가 부르는 저 노래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금순이가 바람 찬 흥남 부두를 떠나 굳세게 살아가는 동안, 대한민국의 문화는 세계가 사랑하는 음악이 되었고,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올해 대중음악 또는 대중문화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트로트의 약진이 아닐까 싶다.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음악 장르가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지지를 받았고, 사람들이 좋아하니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이고 들린다. 트로트라는 음악 장르가 왜색 논란부터 시작해 벗어날 수 없는 태생의 업보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고, 과연 이 트로트 열풍이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또는 문화 현상으로 대중문화의 역사에 남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탕주의처럼 확 타올랐다가 사그라지지 말고, 저 트로트 속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만의 뭔가를 더 잘 담아냈으면 좋겠다. 역사에 남는 음악은 항상 시대정신을 담아내곤 했으니까.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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