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청와대와 국회를 포함한 행정수도이전 문제가 다시금 정국을 달구고 있다. 이미 2004년 10월 21일 노무현정부에서 발효되었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하여 헌재가 위헌결정을 하여 행정수도이전이 한 번 좌절된 바 있었던 터라, 이 상태에서 과연 수도이전의 재추진이 가능할 것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그러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2004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이 특별조치법에 대하여 소위 ‘관습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는 이유로 위헌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서울이 수도라고 하는 사실이 ‘관습헌법’이었다고 하는 것을 헌재가 위헌을 선고하는 날 처음 알았다. 성문법 국가이든 불문법 국가이든 국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그러한 식의 헌법이 존재할 수는 없다. 존재하지도 않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 수도이전을 하려 한 것이 위헌이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헌재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헌법개정을 통한 방법이 있다.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에는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제3조 제2항). 이러한 조항을 두는 경우 헌재가 주장하는 ‘관습헌법’의 효력이 - 그것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 동시에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입법위임에 따라서 국회는 얼마든지 수도이전에 관한 법률을 제·개정하여 이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야당의 폭넓은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며, 또한 헌법개정을 하기 전에 헌재가 헌법불합치 선언을 한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을 먼저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개정시한(2015년 12월 31일)이 지나도 훨씬 지났기 때문이다.
둘째, 법률의 제·개정에 의한 방법이다. 헌법소원의 인용결정과 법률의 위헌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이 국가기관에 국회도 포함되는 것은 일응 당연하다. 하지만 헌법판례의 고착화 방지를 위해서는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국민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일정한 입법사항에 대해서까지 국회가 과거의 위헌결정에 반드시 기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법적·사실적 상황이 바뀌지 않는 시간적 한계 내에서만 유지될 수 있을 뿐이다. 만일 애초부터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었거나 또는 법적·사실적 상황의 변화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된 헌재의 과거 위헌결정에까지 입법자가 무조건 기속된다면, 이는 입법기능을 국회에 맡기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또한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잘못을 시정할 기회마저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
셋째, 대통령의 국민투표 회부의 방법이다.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행정수도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필요가 인정된다면 대통령이 그에 관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는 것이다. 2004년 위헌결정 당시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재량의 일탈·남용이론으로 대통령의 국민투표회부에 관한 재량권을 자의적으로 축소하는 입장이었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수도이전이 서울시민, 관련 지역주민을 포함하여 전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속하는 사항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재인정부는 원전폐기정책에 대해서도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의 경우에도 ‘공익원리’와 ‘청문원리’에 따라 관련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폐치·분합의 공익이 비용보다 훨씬 우월할 때 추진해야 되는 것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수도를 이전하는 일에 대해서는 적어도 국민투표를 거침으로써 국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손익을 대비할 때 수도이전으로 인한 공익이 훨씬 더 우월할 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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