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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내걸은 정부의 역설… 결국 코로나19가 최악의 변수

입력 : 2020-07-14 08:50:42 수정 : 2020-07-14 08: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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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악재 다르게 바라본 노동계와 경영계… 결국 최저임금위는 경영계 손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8590원)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14일 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위기가 현실화하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고 집권 초기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였던 문재인정부에서 역설적이게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기록을 남기게 됐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지난달 11일 1차 전원회의부터 코로나19 사태를 ‘전무후무한 상황’으로 규정하고 최저임금 심의도 그만큼 큰 의미를 띠게 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전무후무한’ 변수로 꼽은 셈이다.

 

경영계도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더는 인건비 부담을 버틸 수 없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했다. 경영계는 문재인정부 들어 급격히 높인 최저임금이 이미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32.8%에 달한다. 올해 적용 중인 최저임금 인상률(2.9%)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지만 앞서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씩 과도하게 올라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게 경영계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우려 사항이다. 경영계는 이에 따라 회의 초반부터 줄기차게 내년도 최저임금을 삭감하자고 요구했다.

 

이와 반대로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를 핵심 변수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활성화하면 경제 회복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맥락이다.

 

노동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높은 최저임금이 아닌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문제를 완화해야지,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정해진 것은 최저임금위가 경영계와 기업 측 주장에 더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이제 실현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애초에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던 최저임금을 1만원 인상을 올해까지 이룬다고 주장했으나 실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사과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가운데)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회의 결과를 말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세종=뉴시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확대해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2022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높이려면 인상률이 14.7%가 돼야 한다. 2018년 당시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지표가 악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등 부정적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한 해 만에 내년도 심의에서 이 같은 인상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계는 현 정부가 일관된 철학과 전략으로 노동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최저임금 인상도 경제 민주화의 큰 틀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과 맞물리도록 해야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만 밀어붙여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을과 을’ 갈등 구도가 만들어졌고 결국 여기에 처음 목표가 좌초됐다는 것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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