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찰도, 청와대도 “안 알려줬다”… 박원순은 어떻게 알았나?

입력 : 2020-07-14 07:59:00 수정 : 2020-07-14 09:38: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둘러싼 ‘진실 게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고인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가는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놓고 관계 기관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졌다.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에 대해 알았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고소인 조사까지 마친 경찰과 경찰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알려준 적 없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박 시장의 피소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대리해 13일 A씨의 변호인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경찰의)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앞서 A씨는 지난 8일 오후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이튿날 오전까지 조사를 받았는데, 바로 그날 박 시장은 관사를 나선 뒤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발견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이 뚜렷했다고 한다. 관사에서는 유언장도 나왔다. 박 시장이 유언장에서 피소 사실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다른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성추행 혐의 피소가 그의 죽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는 의문은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느냐다.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 고소 건의) 수사 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이후 다시 피고소인에게 바로 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다”면서 경찰 수뇌부나 청와대를 통해 피소 사실이 전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과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그의 피소 사실을 알린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피소 사실이 박 시장한테 전달된 경위는 알지 못한다”며 경찰이 서울시나 박 시장에게 직접 알려줬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은 서울시와 직접적인 접점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의혹은 난센스”라면서 “거물급 피의자의 경우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소환할 때 당사자에게 피소 사실을 알린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지난 8일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은 인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직 비서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박 시장이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한 8일이나 9일이 아닌, 그 전부터 다른 경로를 통해 고소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A씨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A씨와 지난 5월12일 첫 상담을 했고, 같은 달 26일 2차 상담을 했으며 하루 뒤부터 구체적인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포착한 서울시 관계자나 A씨 측을 통해서 피소될 걸 예상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A씨 측 관계자들은 이를 일축했고, 서울시도 지난 9일 박 시장이 실종된 뒤에야 언론 보도를 통해 그의 피소 사실을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이 소장은 A씨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를 다시 반박하기도 했다.

 

진상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부적절한 정보 유출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짙어짐에 따라 향후 수사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유출이) 사실이라면 공무상 비밀누설일뿐 아니라, 범죄를 덮기 위한 증거인멸 교사 등 형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 실마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