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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장 드라마틱한 일부 … 죽음, 어떻게 맞을 것인가

입력 : 2020-07-14 02:00:00 수정 : 2020-07-13 2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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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소재의 日 소설 두권 나란히 출간 / ‘사이런트 브레스’ / 죽음 앞둔 말기 환자의 근원적 고통 / 의사 눈으로 사실적 긴장감 있게 묘사 / 치료거부·존엄사 등 사회 문제도 제기 /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현생의 미련으로 이승 떠나지 못하는 /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따뜻하게 그려 /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 관해 깊은 성찰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나가쓰키 아마네 지음/이선희 옮김/해냄

죽음이 예정된 사람이 있다. “환자의 목은 기관절개 되어 주름 에어호스가 머리맡의 인공호흡기와 목을 연결하고 있다. 압력밥솥에서 증기 새는 듯한 소리가 단속적으로 호흡 리듬을 새기고 있었다.”

죽음을 맞은 사람이 있다. 저녁 찬거리를 사고 갔다가 뜻밖의 사고를 만났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세상을 떠난 그녀의 배 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죽음은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형태를 띠기 마련이며, 종종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다. 죽음이 끝나버린 삶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가장 드라마틱한 일부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는 그리하여 모든 이에게 오래된 질문이다.

사이런트 브레스/미나미 교코 지음/이규원 옮김/북스피어

죽음을 소재로 한 일본 소설 두 권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사이런트 브레스’(미나미 교코 지음/이규원 옮김/북스피어),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나가쓰키 아마네 지음/이선희 옮김/해냄)다.

‘사이런트 브레스’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내과 의사 미토 린코가 좌천에 가까운 전근 명령을 받고 도쿄 변두리의 조그만 방문클리닉으로 출근한 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을 만나면서 겪는 일을 그렸다. 적극적인 암 치료를 주장했지만 자신이 말기암 진단을 받은 후에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의사, 죽기 위해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널리스트, 근육이 쇠퇴해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도 쉴 수 없는 청년 등이 등장한다.

환자들이 겪어내야 하는 상황은 처참하다. 인생의 의미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근원적 고통이 그들을 괴롭힌다. 작가가 말기 환자를 돌보는 전문병원의 현직 의사이기도 해 이런 상황은 사실적이고, 긴장감있게 묘사된다. 가족의 간병 포기, 유산상속과 연명치료의 선택, 치료 거부, 존엄사 등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은 암울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다. 환자들은 끝내 죽음을 맞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살려는 의지를 꺾지 않기 때문이다.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의 와중에도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마지막 책과 원고를 화제에 올린다. 청년은 자신을 돌봐 줄 자원봉사자와의 면접을 기다리며 들뜬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삶의 활력을 잃지 않으려는 그들을 보며 의사 리코는 “완치는 못하더라도 환자가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의료를 생각한다. 이런 과정들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으며, 희망을 억지스럽게 쥐어짜내지 않으면서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 소설의 미덕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말로 여겨지지만 그것의 가장 극적인 일부로 존재한다. 그래서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는 오래된 질문 중 하나다. 사진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인 ‘카미유 부인의 죽음’.

작가는 소설의 제목 ‘사일런트 브레스’를 “조용한 일상 속에서 평온한 종말기를 맞는 것을 표현해 본 말”이라고 소개했다. 죽음이 ‘일상’이나 ‘평온’이란 단어와 어울리기는 한가 싶기도 하지만 삶의 의미는 죽음을 통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의 시미즈 미소라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죽은 이의 감정까지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현생에 대한 미련으로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녀를 통해 죽기 전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겨진 사람들은 이별의 슬픔을 자신 안에서 어떤 식으로 마주하고 극복해나갔는지 그려진다. 생사의 경계에서 사람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절망과 슬픔의 끝에서 만나는 따뜻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례식은 죽은 이보다는 남은 사람을 위한 의식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죽음이란 워낙에 특별해 일상에서 의식하는 게 드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예외 없이 맞게 되는 순간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바라볼 것인가. 장례식장에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이런 물음을 탐구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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