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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퍼지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 아랍권에서도 “BLM”

입력 : 2020-07-11 18:00:00 수정 : 2020-07-11 10: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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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던 ‘카팔라’ 문제의식 공유 점점 많아져
시리아 국적의 예술가 아지즈 아스마와 아니스 함둔이 지난달 1일 시리아 이들립지역 북서쪽에 미국에서 경찰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림=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진압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사건 여파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지는 모양새다. 외국인 차별이 심한 이슬람 국가에서도 인종차별 문제를 뿌리 뽑자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아랍 국가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국가에서도 인종이나 피부 색깔에 따른 차별은 만연한 일이다. 흑인을 여전히 노예라는 뜻인 ‘알아브드(al-abd)’라는 단어로 부르는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 표현으로 불린다. 이집트 배우인 무함마드 라마단이 아들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아버지처럼 검다”, “이 가족 중에 (더 밝은) 엄마의 피부색을 닮은 사람이 없다니 재앙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아랍권 국가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종차별 문제를 반증하는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로 빗대어지는 ‘카팔라’ 제도다. 외국인 노동자 근로계약 제도인 카팔라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임금 지급부터 근로환경, 거주지까지 고용주가 모두 관장한다. 이 때문에 임금 체불이 쉽게 발생하고 신체적·성적 학대도 쉽게 발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부당한 대우에서 구제받을 방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카팔라 제도의 희생자는 대부분 가나,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흑인 노동자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아시아 노동자다.

 

불과 몇 주 전인 지난달 말에도 레바논에서 ‘하와’라는 이름의 에티오피아 가정부가 고용주의 구타를 견디지 못해 도망친 사례가 있다. 이 가정부는 탈출 후 1년간 월급도 받지 못했다며 탈출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는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상태였으며 그처럼 탈출해 영사관을 찾아오는 노동자 대다수가 여권 등을 빼앗긴 상태다. 

 

그러나 미국 내 BLM 운동이 지속되면서 아랍 국가에서도 카팔라 제도의 문제점을 조금씩 공론화하는 추세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야 마즈주브 레바논 담당 연구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BLM 운동은 사회가 카팔라 제도로 만들어진 구조적 인종차별주의와 이주노동자를 대우하던 방식을 마주하게 만들었다”며 “이제 사람들이 이주노동자 학대가 소수의 나쁜 고용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2류 인간으로 대우하도록 조장하는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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