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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수입 줄었지만 일부 소재는 되레 늘어… ‘산 넘어 산’ [日 수출규제 1년]

입력 : 2020-06-30 06:00:00 수정 : 2020-06-29 21: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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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한국 소부장 자립 계기로/ 삼성·SK, 에칭가스 국산화 테스트 마쳐/ 작년 10월 액화수소 이어 공정 투입 계획/ 소재기업들도 1년 만에 기대 이상 성과/ 솔브레인·램테크놀러지 공장 증설 박차/ 조기 인허가 승인 등 정부 지원 한몫 톡톡/ 포토레지스트 등은 수입규모 대폭 확대/ 전경련 세미나… “한·일 협력이 더 이득” 주장/ “중소업체 M&A 독려·국산화 지원 늘려야”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공급망 안정화의 핵심 조건인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졌고, 일부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국산 비중이 일본산을 역전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부 품목은 국산화에 성공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대체가 이뤄졌지만 첨단소재의 경우 일본 수입액이 늘어나는 등 품목별 수출규제 결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제 시동을 건 국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지난 1년 동안 편의점에선 일본 맥주가 자취를 감췄고, 유니클로 매장에는 고객의 발길이 끊겼다. 불매운동은 현재진행형이고 한·일 관계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결국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출규제가 다변화 촉진… “전화위복 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테스트를 마치고 연내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투입한 데 이어 더 세밀한 에칭(식각) 공정에 쓰이는 기체 형태까지 국산화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3개 품목 중 불화수소 수입은 일본산이 43.9%(지난해 1∼5월 기준)를 차지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일본산이 91.9%에 달했다. 불화수소 재고가 많지 않았던 반도체 업계는 국산화 등에 속도를 내 소재 조달처를 변경할 때 진행하는 테스트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했고, 빠른 시일 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

소재 기업들도 1년 만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솔브레인은 올해 액체 불화수소 공장을 조기 완공했다. 램테크놀러지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액체 불화수소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러지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불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내년 준공 목표로 하고 있다. 동진쎄미켐도 올해 초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공장 증설을 확정했다.

이 같은 성과는 정부의 조기 인허가 승인 등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것이 업계 공통적인 평가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정부가 특례 적용을 통해 기술 검토 및 안전업무 진단 처리 기간을 단축해 공정 허가가 보다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었다. 램테크놀러지는 지난해 7월 불화수소 등 6종의 유해화학물질 영업 판매업 허가 승인을 받았고, 솔브레인은 화학물질 조기 인허가 지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년 우리는 기습적인 일본의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돌파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차질도 일어나지 않았고,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핵심품목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의 성과에 머물 형편이 못 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이기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공세적 대응을 주문했다.

◆“소부장 강해졌지만 한·일 협력은 필수”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부장 강화에 기회로 작용한 것이 분명하지만 여전히 한·일 협력 강화가 양국 경제에 더 이득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국내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소부장 국산화와 해외 벤더 다변화로 대응했다”며 “그 결과 올해 1∼5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은 12%로 전년 동기(44%)보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일본 수입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등 대응 결과가 달랐다”고 말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진정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분업체제에서는 한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잘하기 쉽지 않다”며 “조선·전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업종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은 글로벌가치사슬(GVC)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홍배 동의대 교수(무역학과)도 “한·일 소부장 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역설적으로 일본과 긴밀한 협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일 소부장 산업은 분업체제로 2018년 약 811억달러 규모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전체 제조업으로 확대하면 이는 1233억달러로 늘어난다”며 “양국의 GVC 붕괴는 그만큼의 이익 손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업체 간 인수·합병(M&A)을 독려하거나 잠재력 있는 기업의 국산화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재근 교수는 “일본의 기업별 평균연구개발비는 1534억원인데 한국은 13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글로벌 기업 연구·개발(R&D)센터 및 생산기지 국내유치를 추진하고 국산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전경련은 ‘한일재계회의’ 등으로 일본 경제계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수출규제와 한국 기업인 일본 입국 금지 조치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중·박현준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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