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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 들어준 수사심의위… 궁지 몰린 檢, 기소 강행하나

입력 : 2020-06-27 06:00:00 수정 : 2020-06-27 1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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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합병 문제 없다 판결’ 근거된 듯 / 檢 기소강행땐 국민 판단 거부 역풍 우려 / 권고안 수용해도 수사 미흡 자인한 셈 / 尹총장, 여권 거취 압박 등 수세 몰려 / ‘사법 리스크’ 여전… 공식 입장 표명 안 해 / 재계 “李, 위기 속 경영 집중할 시간 벌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권고하면서 검찰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긴 하지만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면 법원의 영장 기각에 이어 국민의 판단을 거부했다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권고안을 수용하면 1년7개월 간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다. 인권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에서 재벌 총수에 대한 과도한 수사를 펼쳤다는 지적과 함께 입지가 좁아진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여권의 거취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래저래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한 26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심의위, 왜 불기소 권고했나?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삼성 측은 부정거래행위 등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178조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 측은 이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시세를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까지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 과정에 개입해 보고를 받고 직접 지시했으며 결국 수조원에 달하는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 위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심의위원 대부분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심의에 참여한 한 교수는 “이 부회장이 합병 관련 보고를 받는 것을 정상적인 기업 경영일 뿐 부정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위원이 대부분이었다”며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게 충분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심의위원은 “기소에 반대의견을 표시한 위원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경제 민주화,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 이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이 안돌아가는지 등 모든 부분을 고민했다. 안 짚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심위위원은 “비밀투표라서 누가 어떻게 (표결을) 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자본시장법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검찰은 폭넓게 적용하자는 입장이었고 삼성 측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법원이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린 점과 최근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점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윤 총장을 비롯해 조직 내 ‘특수통’ 핵심들이 벼른 날선 창을 검찰 특수통 출신 삼성 측 변호인단의 방패가 막아낸 셈이다.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궁지에 몰린 검찰, 기소 강행 부담

 

첨예한 토론이 끝나고 심의위가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의 행보가 부담스러워졌다. 검찰은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개시해 1년8개월 동안 110여명에 대해 430여차례 조사를 벌였다. 압수수색만 50여 차례 진행한 검찰은 관련 수사기록을 20만 페이지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잉수사를 벌였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때문에 검찰이 기소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의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이 ‘존중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심의위 권고를 존중하는 이 부회장의 기소 시점을 7월 중순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상태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경우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모두 8번의 수사심의위가 소집됐었는데 검찰은 모두 심의 결과를 이행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수사 과정을 심의받아보겠다고 만든 제도를 자신들이 부인하는 할 명분은 적어 보인다. 검찰은 이제 과도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과 마주해야 한다. 이날 심의 중 13명의 위원 중에서는“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권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는 구치소에서 속옷 차림으로 신체검사를 받고 환복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의 영장을 세 차례나 청구하면서 이례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26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한숨 돌린 삼성 “최악 피했다” 일단 안도

 

삼성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에 최악의 사태를 피해 ‘다행스럽다’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특히 심의위가 불기소를 넘어 기대하지 못한 수사중단까지 의결한 결과를 받아 들고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탓에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향후 검찰의 강제수사 재개, 기소 강행 시 재판 장기화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날 수사심의위 불기소 의견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는 희망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2016년 11월 이후 무려 3년 7개월 넘게 지속됐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만 10차례이며,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3번을 받았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80차례가 열렸고,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도 1심 53차례 등 총 70여차례에 이른다.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 수사’란 반응이 나온 이유다.

 

이날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이 부회장의 기소 강행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졌다. 하지만 안심하기도 이르다. 수사심의위가 낸 불기소 의견에 강제성이 없는 탓에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해야 하는 만큼 경영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향후 검찰이 수사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을 둘러싼 경영상 악재도 여전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가 여전한 데다 감염병 사태의 책임론에서 비롯된 미·중 갈등은 반도체 등 핵심 시장의 패권 경쟁으로 이어져 삼성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주요 소비처인 미·중·일이 저마다 반도체 자국주의에 나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중이다.

 

이 부회장은 검찰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계속 재판을 준비하는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비상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영장실질심사 이후 조바심을 드러내듯 현장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경영 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삼성을 둘러싼 복합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이 나왔다.

 

삼성은 지난 5월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 라인에만 20조원 가까운 투자 결정을 발표했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마스크 생산 시설에 설비 및 제조 기술을 전파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비영리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사항을 포함한 준법 경영 움직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준법위의 권고를 수용해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의 약속과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반영해 그룹 내 각 계열사는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두고, 시민사회와의 의견수렴 통로 구축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총수 역할을 해 온 지난 6년 중 첫 2년여를 제외한 4년여를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왔다”면서 “이 부회장이 위기 상황에서 경영에 집중할 시간을 번 것 같다”고 밝혔다.

 

정필재·권구성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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