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내 말을 잘라먹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대상 강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진정 사건’ 배당 논란과 관련해 “검찰청법 8조를 근거로 지시해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라고 했는데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내려보내고 대검 인권부가 총괄해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총장이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이) 지휘했으면 (검찰총장은) 따라야 했다”고 못박았다. 또 “그래서 제가 ‘내 말 못 알아 들었으면 재지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지시 배경에 대해 “역대 법무부 장관이 이런 검찰총장을 두고 일을 해본 적도 없고 검찰청법에 재지시도 없는데 ‘재지시를 해야 되겠구나’ 생각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장관이 이런 검찰총장을 둔 적이 없다’는 발언엔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행사에 앞서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법무연수원으로 보내 업무에서 배제시켰고 그에 대한 직접 감찰도 지시했다.
한 검사장은 채널A 이모 기자의 신라젠 전 대주주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한 강요·회유성 취재를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대검찰청에 냈다. 그러자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이 수사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를 맡겼다. 부장회의에서는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윤 총장은 수사자문단 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윤 총장 지휘를 묵살하고 한 검사장 감찰지시를 내린 것이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법무부는 조만간 한 검사장을 소환하는 등 감찰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곽은산·정필재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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