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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안보 외 영역으로 진화 예상… ‘선제 대응’ 과제로 [6·25 70년 ‘잊혀진 그들’]

입력 : 2020-06-26 06:00:00 수정 : 2020-06-26 08: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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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미래까지 잊혀져선 안 된다 <끝> / 트럼프·文정부 등장으로 새 국면 진입 / 대북정책 ‘같은 대열 아닐 수 있다’ 확인 / “가치 지켜야” “새 기회로” 대응방식 양분 / 어느 쪽이든 ‘한·미 특별 관계 존속’ 공감대 / 6·25 잔재 속 대립국가와도 ‘관계 맺기’ / 美·中 경쟁 사이 대처, 한국 외교의 숙제 / 北과 우호관계인 동남아 국가와도 협력 / 16개 유엔 참전국에는 ‘보은 외교’ 펼쳐

“20년 동안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시민이 중국으로 여행을 하거나 중국과 교역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했다.”

6·25전쟁은 남북 간 분단체제만 강화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중국사 전문가 폴 로프는 책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에서 발발 70년이 된 6·25전쟁이야말로 “중·미 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적었다.

6·25전쟁은 우리에겐 동족상잔의 비극이었고, 로프의 지적처럼 세계사에는 냉전을 고착화시킨 전쟁으로 기억된다. 남북은 분단이 강화됐고, 1980년대 북한의 핵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긴장은 더욱 심화했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냉전은 무너졌지만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중 간 전략경쟁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한반도가 짊어진 이중적 구조인 셈이다.

한국은 남북 통일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한·미 동맹 및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동시에 모색해야 할 처지이다. 6·25전쟁 70년의 시점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동북아 현대사의 빅뱅이었던 6·25전쟁에 가려진 ‘잊혀진 미래’를 추적한다.

◆미래로 가는 한·미 동맹

오늘날 한·미 동맹은 새 도전을 맞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미·소 경쟁을 대체하면서 한국은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대북 포용정책을 강조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과 미국은 대북 정책에서 항상 같은 대열에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에서 전통적 동맹 중심주의를 뒤흔들고 있다. 악화하는 한·일 관계도 한·미 동맹에는 부담이다.

지난해 12월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워싱턴포스트에 공동 기고한 글 ‘66년간 지속된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에서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을 ‘동맹 남용 행위’라고 비판했다.

6·25 당시 피란 행렬 6·25전쟁 당시인 1951년 경북 지역에서 피란민들이 미군 지프 옆을 지나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군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며 부경근대사료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연합뉴스

한국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이를 70년 한·미 동맹의 위기로 보고, 동맹의 가치가 더 훼손되기 전에 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쪽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위기는 지엽적 문제보다는 가치에 대한 기본이 제대로 서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부원장은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시각, 북한의 핵위협을 바라보는 시각, 또 한·미 양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우리가 갖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은 가치 동맹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변화된 구조를 새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통화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던 동맹을 세속화할 수 있어야 미래지향적 한·미 동맹이 가능하다”며 “한·미 관계는 깊어져야 하지만 동맹은 얕아지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동맹의 출발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고, 동맹의 존속은 역설적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미국 내 동맹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물의 등장을 역으로 미래 지향적 동맹관계 설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 시대의 동맹에 대해 대립된 견해가 있지만, 어느 쪽이든 70년 전 전쟁으로 형성된 한·미의 ‘특별한 관계’는 존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있다. 제임스 파라다이스 연세대 교수는 지난 1월 유라시아 논총에 기고한 ‘한·미 동맹의 현황과 과제’에서 “양국 동맹은 안보 외의 영역으로 초점을 확대하면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든, 세속화든 결국 한·미 관계는 새로운 시대에도 우리 외교 지형의 주요 변수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국 외교에 남겨진 과제다.

◆대결에서 협력으로

이와 함께 6·25전쟁의 잔재 속에서 대립해온 국가들과도 새로운 관계 맺기가 진행 중이다. 이미 1990년대 초 공산진영 해체 이후 한국은 공산권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지난 30년간 꾸준히 관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급부상, 대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협력의 필요성 증가 등은 한국외교에 새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가운데 미·중 경쟁 사이에서 대처하는 것은 한국 외교의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간 한·중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부터는 이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폴란드, 헝가리 등 동구권 국가들과도 자유화 이후 우리 기업들의 대거 진출로 비교적 긴밀한 관계가 형성돼 왔다. 특히 이 나라들과는 지난해부터 수교 30년 행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 구 공산권 국가들과는 신남방정책으로 경제협력, 외교 다변화 등의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관계 맺기가 진행 중이다.

이들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북한과 여전히 우호·친선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립의 시작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4일 논평에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인적교류와 경제 협력을 서서히 재개함으로써 체제의 생존과 발전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다수도 여전히 북한과 우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당시에도 베트남은 회담 개최국으로서 중재역을 자처했다.

별개로 정부는 16개 유엔 참전국에는 ‘보은 외교’를 펼쳐왔다. 에티오피아에서 근무했던 한 외교관은 “한국전 참전국이라는 점이 외교 현장에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해외 참전 용사들에게 마스크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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