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원전) 3·4호기는 계약 회사와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도 그렇고,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공사(재개)해야 한다.”
이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답은 ‘노’(No)였다. 문 대통령은 “유럽의 다른 나라처럼 칼 같은 탈원전(을 하는 게) 아니다. 설비를 봐도 과잉 상태다.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라며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대화는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탈원전’을 가속하는 중이다. ‘칼같이’당장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추진 않는다. 1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리 1호기(2017년)에 이어 지난해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가 확정됐다. 반면 신고리 4호기가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신한울 1·2호기는 내년쯤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5·6호기 등의 신규 원전도 2024년까지 세워진다. 따라서 정부 로드맵상 기존과 신규를 포함한 국내 원전이 모두 멈추는 해는 2083년이다. 이 중에서도 신한울 3·4호기가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공사 도중 중단됐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지만, 이후 공론화 과정을 통해 건설이 재개된 것과 다른 운명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이 원전의 원자로를 만든 두산중공업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서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현 정부가 에너지 산업 구조를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구글, 이케아 등 글로벌 대기업은 2050년 이후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 100%로 생산하지 않은 제품 남품을 받지 않는다.
에너지 정책 전환을 통한 신사업의 발굴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발전,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큰 축으로 풍력·수력, 수소 산업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나라는 프랑스다. 한국연구재단의 ‘국제 원자력 정책 동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원자력 비중을 75% 에서 50%로 낮추는 목표를 2035년까지 추진한다. 2030년까지 14개, 2035년까지 4∼6개의 원자로가 더 폐쇄될 예정이다.
중국은 현재 48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12기가 건설되고 있다. 이 나라가 원전을 확대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화석연료 발전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것과 적극적인 원전 건설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포함해 정부가 좀 더 유연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으면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여론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1000명에게 신한울 3·4호기 건설 여부에 대해 물은 결과 ‘건설해야 한다’는 응답이 32%,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21%였다. 국내 원자력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26%가 ‘확대’, 24%가 ‘축소’로 답해 엇비슷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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