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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는 곧 의료민영화?"… 어디까지 사실일까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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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16 06:00:00 수정 : 2020-06-16 0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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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결과 '사실 아님' /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 야기한다는 주장 /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공포심 부풀리는 측면 커

[검증대상]

 

비대면 의료(원격의료)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수면 위로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화진료를 한시 허용한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12일 한국판 뉴딜 추진 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열고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보강 등이 한국판 뉴딜 10대 중점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4월1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비대면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세계를 선도할 역량이 있다”며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언급했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곧 의료민영화”라는 논리로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달 6일 ‘‘비상경제’로 포장지만 바꾼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하라’는 논평에서 “원격의료는 의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보편적 의료보장을 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의료로 돈벌이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 의료민영화다”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도서벽지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도입이 논의됐으나 ‘원격의료=의료민영화’라는 반대 논리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다.

 

그러나 원격의료가 무조건 의료민영화를 야기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공포심을 부풀리는 측면이 크다.

15일 세계일보가 다수 의료계 종사자와 인터뷰를 통해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검증한 결과 이는 ‘사실 아님’으로 판정됐다.

 

[검증과정]

 

◆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별개사안”

 

원격의료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지난 2월부터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코로나19 전화진료부터 지난해 중국 하이난성 인민해방군 종합병원이 3000km 떨어진 베이징의 환자를 대상으로 성공한 원격수술까지 모두 원격의료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화상이나 채팅을 통한 진료, 원격 환자 모니터링 등이 있다.

 

의료민영화는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관리하던 의료기관이나 건강보험을 민간에 개방해 영리 추구를 허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는 별개의 법이 규제하고 있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의료법 제34조는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 협진만 허용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간 접촉 없는 진료, 즉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는 또 의료인과 국가·지방단체, 일부 공공기관,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외의 의료기관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단국대 보건복지대학 보건행정학과 김재현 교수는 1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원격의료가 곧바로 의료민영화로 이어지기는 현재 우리 의료체계 하에서 쉽지 않다고 본다”며 “의료민영화는 (투자자가 투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영리의료법인 허가 혹은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하는 제도) 폐지와 관련된 문제이지 원격의료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한 병원에서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최윤섭 대표는 개인 블로그에서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는 독립적인 이슈”라며 “단적인 사례로 영국의 NHS처럼 의료민영화 없이도 원격의료가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지난 2005년에 발족한 보건부 산하 기관인 ‘NHS connecting for health’ 주관 하에 원격의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장기요영시설 및 교도소 수감자 대상 원격진료 서비스 ‘Airdale NHS hospital’,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프로그램 ‘Telecare’ 등이 그 사례다. 원격의료 도입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철저히 정부 관리 하에 시행하면서 의료민영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종합하면 의료기관이나 보험과 관련해 추가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원격의료만으로 의료민영화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 대기업만 배불리는 원격진료 산업?

 

원격의료 논의 때마다 반복되는 의료민영화 논란은 ‘의료산업화’와 혼재된 측면이 있다. 원격의료 산업 성장을 위해선 원격의료 기기 기업이나 통신사 등 대기업 참여가 필수적이다. 결국 의료의 산업적 측면이 강해져 ‘대기업 배불리기’ 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 다수 대기업이 원격의료에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에 참여해온 건 사실이다. 모두 현행 의료법에 저촉하지 않는 선에서 마련됐다. 지난 2일 KT는 강원도 만성질환자 대상 원격의료 규제특례 사업에 당뇨병 환자를 위한 ‘AI 식단관리’ 서비스 제공업체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0월 을지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LG유플러스는 2021년 ‘5G기반 인공지능 스마트병원’을 개관할 예정이다.

국내 규제에 막혀 원격의료 해외 시장을 공략한 기업들도 있다. 삼성은 지난 2017년부터 의사와 환자 간 영상통화 상담과 처방이 가능한 ‘삼성헬스’ 앱을 미국과 영국, 인도 등에 제공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학과 정우진 교수는 통화에서 “대기업의 의료산업 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등 모든 의료서비스는 민간기업의 연구 및 투자 덕분에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원격의료 관련 기술이나 기기가 개발되더라도 그것이 의료에 적용되려면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반드시 정부 허락을 받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원격의료 도입 때문에 의료계에 무분별한 시장경쟁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향후 정부가 의료법 개장으로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면 산업계 원격의료 사업 참여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일각의 주장대로 대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원격의료 때문에 새로 나타난 문제적 현상이라고 볼 순 없다는 지적이다.

 

[검증결과]

 

최근 전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의 ‘언택트’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비대면 의료도 그 중 하나다. 정부가 비대면 의료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의료민영화에 관한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원력의료 산업에 통신사 등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의료가 지나치게 산업화될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료민영화가 현실화하려면 당연지정제나 영리의료법인 규제법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등에서 이미 활발하게 의료산업에 참여해왔다. 따라서 “원격의료가 곧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박혜원 인턴기자 won015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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