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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안전불감증이 38명 목숨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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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15 12:53:00 수정 : 2020-06-15 12: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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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천 화재 참사 중간수사결과 발표 / 지하 2층 산소용접 중 천장 우레탄폼에 불 붙어 / 결로 막으려 대피로 벽돌로 폐쇄… 비상계단이 확산통로돼 / 공사 기간 줄이려 안전 수칙 미준수… 인명 피해 키워 / 관계자 24명 입건…9명 구속영장 신청

38명의 근로자가 숨진 경기 이천 화재 참사는 지하 2층의 산소용접 작업 도중 불티가 천장의 우레탄폼에 튀면서 발화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15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천경찰서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29일 이천에 있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일어난 지 48일 만이다. 

 

◆ 지하 2층 대피로 벽돌로 폐쇄…24명 입건, 9명 구속영장 청구

 

경찰은 공정 전반의 안전관리 수칙 미준수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계획보다 근로자가 추가로 투입됐고, 결로를 막고자 지하 2층의 대피로를 벽돌로 폐쇄하는 등 현장 곳곳에서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화재 현장에는 비상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은 물론 비상 경보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다. 특히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 달리 외장을 판넬로 마감하면서 오히려 지하 2층에서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통로가 됐다. 

 

15일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화재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안전조치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다.

 

이 중 발주처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 등 9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안전수칙 미준수 사실이 확인됐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9명은 특히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으로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를 지목했다.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건물 천장의 벽면 우레탄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았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당시 이곳에선 오전 8시부터 근로자 A씨가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벽면 속에 도포된 우레탄폼에 붙은 뒤 점차 확산돼 화염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우레탄폼은 단열재로 쓰이지만 불이 잘 붙는 성질을 갖고 있다. 

 

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원인으로는 불이 처음에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연소 형태로 진행되다가, 이후 산소 공급이 원활한 출입문 부근에서 폭발적으로 퍼졌다고 설명했다.

 

◆ 불길 지하 2층 실내기 용접작업 중 치솟아…곳곳 안전조치 구멍

 

경찰은 A씨가 작업하던 실내기 주변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탄 점, 근처에서 발견된 용접에 쓰이는 산소용기와 LP가스용기의 밸브가 열려있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는 발화부위에서 배제할 수 있고, 지하 2층 승강기 내부에서의 화재 발생도 배제 가능하다는 점도 들었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는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화재가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화재가 일어난 현장에선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화재 당일 현장에는 공기 단축을 위해 평소보다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됐다. 이들은 지하 2층부터 옥상에 배치돼 동시에 많은 종류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사망자가 많았던 지상 2층의 경우 조리실 내부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에 12명이 투입됐다가 모두 사망했다. 또 지난달 초부터 진행돼 이달 중순 마무리될 예정이던 승강기 작업은 화재 발생 하루 전인 4월28일부터 시작됐다. 이 작업에 나섰던 3명도 모두 숨졌다.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지만 결로현상 방지를 위해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 2층에서 숨진 4명은 이렇게 폐쇄된 방화문을 뚫고 대피하려다가 실패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 비상계단이 오히려 연기 확산통로…“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확인”

 

아울러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는 달리 외장이 패널로 마감돼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통로가 됐다. 비상계단을 이용한 대피가 차단돼 다수의 근로자가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우레탄폼 발포와 용접 등 화재와 폭발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일정을 조정해 피하려고 한 정황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는 용접작업을 할 때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설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함에도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5월 1일 오전 경기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이천=뉴스1

화재 감시인도 당시 작업 현장을 벗어나 불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 관리·감독자들은 화재 위험 작업 전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 총체적으로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된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하는 한편 공사 과정에서의 다른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4월29일 오후 1시29분쯤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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