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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복"한다는 北… 무력시위, '레드라인' 넘길까

입력 : 2020-06-15 06:00:00 수정 : 2020-06-15 07: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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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사행동’ 예상 시나리오는 / NLL내 남북 軍 충돌 장면 연출 가능성 / DMZ GP철수 철회 긴장지수 높일 수도 / 北 일방 차단에 연락사무소 기능 상실 / 유사시 서울까지 최단 시간 돌파 요충지 / 핵실험 등 美 레드라인 해당 쉽지 않아 / 저강도 SLBM발사 등 카드 꺼낼 수도 / 北, 잇따른 ‘강경 담화’ 왜 / 대북전단 살포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 / 코로나·대북제재 장기화로 경제 악화 / 체제 불신 등 내부불만 잠재우기 분석

북한이 지난 13일 조만간 무력시위에 나설 것임을 공식화했다. 지난 4일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트집 잡고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것의 연장선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의 핵심 키워드는 “남조선과의 확실한 결별”→“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한다”→“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로 치면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조직. 북한군의 모든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군령권을 행사한다. 총참모부에 행사권을 넘겼다는 것은 사실상 대남 군사행동을 사전승인했다는 의미다. 벌써부터 다양한 도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대적사업 행동대장’ 총참모부의 대남 군사행동은

우선 남북 군사합의 파기에 준하는 행동이 점쳐진다.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중단했던 군사분계선 5㎞ 이내 구역에서 다수의 포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 해안포 재배치나 해상 완충구역 내에서의 사격훈련도 거론된다. 문재인정부가 군사합의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아온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조처를 철회해 군사분계선(MDL) 지역 군사적 긴장지수를 높일 수도 있다.

나아가 DMZ 또는 북방한계선(NLL) 내에서 남북한 군이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겠다. 김 제1부부장이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특히 강조한 대목에서는 과거 연평도 포격도발 내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재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섞여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리선권 외무상은 앞서 지난 12일 담화에서 “최고지도부는 당중앙군사위 7기 4차 확대회의에서 국가핵발전전략을 토의하고 미국의 장기적 핵전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하여 엄숙히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13일에는 김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담화를 통해 “비핵화의 여건은 성숙되지 않았다.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 미국이 가해오는 지속적인 위협을 제압하기 위해 우리의 힘을 계속 키울 것이며, 우리의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이 순간에도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이나 ICBM과 같은 전략무기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의 수읽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핵실험이나 ICBM 발사는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에 해당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가 부담스럽다. 이보다는 저강도인 ICBM 기술 실험 내지는 SLBM 시험발사, SLBM 탑재 신형 잠수함 공개 등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의 지휘 하에 남측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재개를 시작으로 향후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저강도에서 고강도로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면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의 허를 찌르는 성동격서식 도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없애고 군부대 재배치도 할 듯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도 개소 1년9개월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 제1부부장은 군이 대적사업의 전면에 나설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연락채널 차단으로 기능을 상실한 연락사무소 건물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에 개성 일대가 과거의 군사적 요충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지역은 유사시 개성에서 병력과 장비를 집결해 문산을 거쳐 서울까지 최단 시간 내 돌파할 군사적 요충지로 꼽힌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전 개성과 판문읍 봉동리 지역에 북한군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던 배경이다.

‘폐쇄 위기’ 개성 연락사무소 지난 4일에 이어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에서도 다시 폐쇄가 거론되며 1년9개월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지역에 다시 병력을 재배치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후퇴다. 현 정권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우리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조한 北, 긴장 조성해 내부 결속 도모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몰아치듯 대남 담화를 발표하며 ‘남한 때리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이 하나의 돌파구로 남한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2일 밤에서 13일 밤까지 만 하루 사이 이례적으로 세 건의 담화를 차례로 공개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먼저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12일 밤 청와대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통일부 뒤에 숨어 있던 청와대가 마침내 전면에 나서서 그 무슨 대용단이라도 내리는 듯이 입장표명을 하였지만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 철책선 너머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다음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부장은 “조미 사이의 문제와 더욱이는 핵문제에서 논할 신분도 안 되고 끼울 틈도, 자리도 없는 남조선당국이 조미 대화의 재개를 운운하고 비핵화에 대하여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말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치고 있는데 참 어이없다”며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정부를 비판했다.

 

같은 날 밤 김여정 제1부부장은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고 청와대를 향해 재차 따지며 직접 대남 메시지의 마침표를 찍었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왼쪽)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부장. 뉴시스·연합뉴스

북한이 이처럼 한번에 대남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남한의 반응과 관계없이 처음 세웠던 계획대로 차례대로 진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외적으로는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정부에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핵협상의 ‘약한 고리’인 남한을 목표로 삼아 판을 흔들어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과 대북제재 장기화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민심 악화와 체제에 대한 불신을 돌릴 수단으로 남한 공격을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최근 잇따른 담화에서 북한의 초조함이 읽힌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체제에 대한 도전 등에 처했을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긴장을 조성시켜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잇따라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도 여러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이라는 내치에 집중하고 김 제1부부장은 대남 이슈를 총괄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을 사실상 2인자로 자리매김시키면서도 향후 관계개선을 위한 카드로 김 위원장을 남겨두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병진·백소용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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