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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흔적 담긴 공간인데… 이대로 사라지나요?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0-06-13 11:00:00 수정 : 2020-06-13 14: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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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 ‘원조 SNS’ 싸이월드 / 한때 가입자만 3200만명 인기 폭발 / 스마트폰 보급 확산·페북 등에 밀려 / 전성기 10년도 못 넘기고 쇠락의 길 / 국세청, 체납이유 직권 폐업 처리도 / 5개월 후 도메인 만료… 투자유치 절실

굳게 잠긴 유리문 너머로 여기저기서 헤진 ‘싸이월드’(Cyworld) 로고가 보였다. 과거 이 유리문과 사무실 벽 등에 부착돼 이곳이 ‘싸이월드의 성지’임을 자랑스럽게 알렸던 로고였겠지만 텅 비어 적막하기만 한 사무실만큼 이제는 세월의 무상함을 몸소 대변하고 있다. 아마 수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직원으로 북적였을 곳이었으리라.

지난 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빌딩을 찾았다. 과거 싸이월드 사무실이 있던 건물이다. 여기서 만난 건물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싸이월드가 사무실을 정리한 지는 3개월 정도 됐다”며 “여기에는 2016년 들어온 걸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앞서 살펴본 텅 빈 사무실이 떠올라 “일부는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묻자 “직원들이 사용하던 휴게 공간만 남았다”며 “원래 3개 층을 사용했는데, 휴게 공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자리는 다른 업체들이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자만 3200만명 ‘국민 SNS’ 미니홈피… 아, 10년을 넘기지 못한 전성기여

싸이월드 홈페이지 접속 화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999년 벤처로 출발해 2003년 대기업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했던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앞세워 한때 가입자 3200만명, 월 접속자 2000만명의 규모를 자랑했던 ‘원조 국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SNS 팔로어(친구) 개념의 시초인 ‘일촌’, 미니홈피 계정 여기저기를 잇따라 이동할 수 있는 ‘파도타기’, 방문자들이 미니홈피 주인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방명록’ 등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기능을 선보였으며, 게시물 스크랩 시 남기는 댓글 ‘퍼가요~♡’는 지금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미니홈피 접속 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방문자에게 개성을 뽐낼 인기 도구였다.

미니홈피의 ‘전성기’는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신흥 SNS가 2000년대 후반 국내에 들어오고, 스마트폰 보급의 확산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PC에서 모바일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이내 싸이월드보다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으로 누리꾼은 대거 옮겨갔다. 미니홈피는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했고, ‘도토리’로 대변되는 유료 결제 시스템에 얽매이는 바람에 이용자의 등을 돌리게 했다.

2014년 4월 싸이월드는 분리해 사원 주주 벤처로 새출발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을 창업해 1세대 벤처인 전제완 대표가 2016년 인수하고 삼성벤처투자의 50억원 투자에 힘입어 재기의 발판을 놓는 듯했지만,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한 채 최근에는 체납 탓에 국세청 직권으로 폐업 처리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전 대표는 얼마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SNS 명가’ 재건 의지를 불태웠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다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인수·합병(M&A)이 아니고는 다시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도메인 정보 사이트 후이즈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도메인 만료일은 오는 11월12일이다. 이 날짜가 지나면 더는 이 주소로 접속할 수 없는데, 오롯이 재기하려면 약 5개월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니홈피를 추억하는 이들… 그곳은 나만의 ‘자기애’를 드러낸 공간이었다

싸이월드가 사용했던 서울 송파구의 한 빌딩 사무실의 지난 9일 모습. 직원 휴게 공간이었던 이곳은 텅 빈 채 적막만 가득했다.

미니홈피의 추억이 짙은 30∼40세대는 청춘을 오롯이 담은 공간으로 기억한다. 당시 허세에 가까운 자기애를 쏟아낸 게시물도 유행했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헤드폰에 내 몸과 영혼을 맡긴다. 음악은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라던 당시 유행 글이 생각난다”며 “음악 듣기를 좋아해 미니홈피에 같은 게시물을 올린 적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고는 웃어보였다. 이어 “온라인에 조성된 나만의 공간에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고,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여서 그처럼 자기애를 드러낼 글들을 올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년배 박모씨는 “미니홈피 제목을 ‘카르페디엠’(carpe diem)으로 지었던 게 기억난다”며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라’는 원래 뜻을 따라 제목을 달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울러 “그때는 재밌기도 하고 나라는 존재를 나타낼 문장 같아서 썼는데, 만약 지금 미니홈피를 수정할 수 있다면 당장 지울 것 같다”고 민망해했다.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마음으로 우는 내가 좋다’는 미니홈피 글로 싸이월드 관련 기사나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회자되는 가수 채연(본명 이채연)은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니홈피에) 글을 올렸을 때는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며 당시 무척 진지했었다고 전했다.

싸이월드의 사무실 정리 소식에 남은 흔적이나마 보관하고픈 이들의 접속이 최근 폭주하고 있다. 이들은 미니홈피 사진을 PDF 파일 형식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싸이e북’과 실물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싸이북’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지만, 서버 불안정으로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미니홈피가 일종의 ‘감정표현 공간’의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니홈피는 나의 기쁨, 슬픔 등 여러 감정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했다”며 “단순히 글이 아닌 그때의 내가 느낀 감정과 기분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러 SNS가 존재하지만, 과거에는 미니홈피가 사실상 유일했다”며 “자기감정을 담았던 공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많은 이들이 아쉬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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