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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공공외교와 극일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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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8 22:23:53 수정 : 2020-05-28 22: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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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영향을 받게 된 외교정책 / 일본 문제에선 지나치게 집착 / 공공외교, 국민 변화시키는 일 / 극일에 사로잡히면 개선 안 돼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대응을 잘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지만, 우리의 성공적 방역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공공외교의 주요 자산이 될 것이다. 전대미문의 위기가 공공외교 측면에서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공공외교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우리가 공공외교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과의 관계 때문이다. 일본과의 불행한 역사적 문제가 시정되지 못하고, 일본 정치인들이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펼치면서 이러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 공공외교의 주요 목적이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와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우리 공공외교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왜 다른 국가가 우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중요해졌는가.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공공외교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거와는 다른 외교정책의 환경 때문이다. 과거에 외교와 안보는 국내 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정치는 국경에서 멈춘다는 표현처럼 외교·안보는 국내 정치와는 무관하게 결정되는 것, 그래서 일반 국민의 외교·안보에 대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외교라는 것은 엘리트들로 구성된 정부 간 이루어지는 영역이지 일반 국민이 개입되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외교 정책의 수립에 국내 정치적 지원이 필수적 요인이 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외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일반국민들이 특정 국가를 어떻게 보느냐가 그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 대해 다른 국가의 국민들이 좋은 인식을 갖게 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정부의 외교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생각 하에 공공외교를 펼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공공외교를 펼칠 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 간 외교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공공외교로 풀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외교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 공공외교를 탓하는 것을 보고는 한다. 공공외교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인식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축적된 결과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고, 그것이 해당 정부의 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보는 것이므로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지나치게 일본과의 문제에 집착하는 점이다. 우리 공공외교의 목적이 극일에 있는 것처럼 비칠 정도이다. 일본이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이나, 우리의 모든 공공외교 측면의 행위가 일본을 이기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공외교를 이야기할 때 특정행위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고민한다. 지나친 일본 강박이다.

최근 우리의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되면서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일본의 자매도시에 대한 구호를 결정하자 그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다. 왜 일본을 돕느냐는 것이다. 또 우리가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코로나 진단 키트의 이름을 독도라고 짓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후자의 경우, 어렵게 찾아온 공공외교의 기회를 우리가 정치화시켜서 그 의미를 퇴색시킬 위험이 있다. 전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의 기회를 상실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공외교는 다른 국가 국민들의 감정과 인식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장기적이고 섬세한 작업이어야 한다. 일본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단기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극일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건전한 논의가 어려워지고 장기적 전략 논의가 불가능해진다. 필자의 글에 불만을 가진 분들에게 한 가지 말한다면, 필자의 외조부는 독립유공자인 박태양 선생이시다. 살아계셨다면 필자를 칭찬해주셨으리라 믿는다. 극일은 감정을 내뿜는 것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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