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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칼럼] K방역은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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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4 22:18:50 수정 : 2020-05-24 22: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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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세계화’ 에 성공하려면 / 바이러스 넘어선 ‘어젠다’ 포함 / 유엔·G20 등 다자 기구서 인정 / 다양한 해외 ‘서포터스’ 가져야

“모두를 위한 자유의 정신을 실천했고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3대 원칙, 백신은 인류를 위한 공공재이다.” “한국은 세계가 본받을 모범사례이다.”

첫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결기관인 세계보건총회 화상회의에 참석해서 한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행한 기조연설 중의 내용이다. 두 번째는 평소 잦은 설화(舌禍)로 구설에 자주 올랐던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달 대중강연을 통해 한 말이다. 과연 ‘K방역’은 전 세계가 본받을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을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먼저 글로벌 표준에 대해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흔히들 요즘은 ‘표준경쟁’시대라고 얘기한다. 옛날처럼 특정 강대국이 국제질서의 모든 영역을 컨트롤하던 시대는 지났다. 자원이 풍부하고 군사력이 센 나라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국제사회가 현미경으로 봐야 제대로 보일 만큼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여 있고, 저마다의 고유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특정영역에서 누가 먼저 표준을 제시하고 장악하느냐가 국가들 간 핵심 경쟁이 되었다. 세계 물류의 표준을 제시한 싱가포르, 개도국 지원의 표준을 제시한 북구 유럽국가, 비전통적 안보에서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는 호주, 영재교육의 세계적 표본이 된 이스라엘, 그리고 최근 글로벌 정보네트워크 장악을 놓고 ‘화웨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표준경쟁의 시대가 되었다.

모든 근대국가는 대체로 두 가지의 꿈을 가지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를 확립하는 문제의 해결이다.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국가에게는 세 번째 꿈이 생겨났다. 바로 ‘국제사회에서 권위를 갖는 국가’ 혹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국가’이다.

대부분의 시니어 독자들이 기억하듯이, 1995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의 원년’이라는 거창한 선포식을 가졌는데, 먹고사는 문제와 민주주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우리도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권위를 가져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비해서 ‘세계화’의 실적은 인상적이지 못한 편이다. 그나마 민간 참여자들의 노고 덕분에 한류가 ‘K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마치 새로운 국제질서가 열릴 것처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K방역’이라는 목표 설정 자체는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데 K방역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방역시스템 자체의 완결성은 당연한 전제조건으로 치더라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K방역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이슈를 주도할 어젠다 세팅이 어렵다는 점이다. 시작은 방역으로 하더라도, 바이러스 차원을 넘어서서 환경파괴, 기후변화, 에너지문제 등 소위 ‘신안보’라는 좀 더 광범위한 차원의 K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K방역을 어떤 자리를 통해 어젠다 세팅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면상 자세한 얘기는 어렵고,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멍석은 유엔, G20, 한중일 정상회담, 한미일 협력 등이다. 그런데 각각의 멍석이 가지는 함의가 서로 다르므로 정교한 사전 준비와 전략이 필요함은 불문가지이다.

마지막으로 K방역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지지하는 ‘서포터스’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외교전략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인데, 신안보에 관심이 높은 유럽 국가들일 수도 있고, 차제에 닻을 올린 신남방 국가들도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번 사태에서 스마트한 개입이 성공한 싱가포르, 독일 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에 대처하는 우리의 성공담이 모두 필연적인 요소들의 결합만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인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질서 지각변동의 틈이 발생한 시점에서 K방역은 시도할 가치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더구나 닮고 싶은 나라 코리아의 꿈을 선진국 콤플렉스로 깎아내려서도 안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은 평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험대 위에 다시 서게 되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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