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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역물품 지원에 조롱”… 경주시 비판 여론 확산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5-24 15:52:49 수정 : 2020-05-24 20: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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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영 시장 “2016년 지진 때 일본 자매도시에서 많은 도움 받아”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이 일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물품을 보낸 것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주 시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청원인은 “일본인들이 방역물품 공급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적대감과 근거 없는 의심을 보이며 조롱하고 있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주낙영 경주시장 블로그 캡처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주시장 주낙영의 해임 건의를 간곡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세 아이를 키우며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경주시민’이라 밝힌 청원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전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이 시국에 독단적으로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주낙영은 경주시장직에서 내려와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광도시 경주가 코로나19 사태에 지역 경제가 악화한 상황을 언급하며 “경주시장 주낙영의 오만하고 독단적인 비이상한 행정으로 인해 경주시민 모두가 싸잡아 비난을 당하고 관광도시 경주를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일본정부는 코로나19 검사키트를 한국정부가 지원해줄 시 자체검사 후 사용하겠다는 망발을 했다”며 “우리 정부는 (방역물품 일본 지원을)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경주시청의 결정을 비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인은 일본 일부 누리꾼들이 우리의 마스크 공급에 감사하기는커녕 조롱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야후재팬 국제면에 우리정부의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한국전쟁 참가국의 대한 방역물품 무상공급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실렸다”며 “그러한 기사에 (일본 누리꾼들은) 고마움은 커녕 일방적인 적대감과 근거없는 의심, 조롱 일색이었다. ‘방역물품을 빌미로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올지 모른다’, ‘인도주의적 선행이 아니라 국격을 높여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 ‘방역물품 외교라니 발상이 중국과 한국 거기서 거기다’ 기사 댓글 중 베스트에 오른 상위 랭크 댓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보편적인 일본의 민낯이라고도 했다.

 

청원인은 “그들(일본)은 우릴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 자신들이 과거 지배했던 식민지 국가였던 나라일 뿐”이라며 “경주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재난에 직면케 한 주낙영 경주시장의 해임건의안을 상정시켜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이틀만인 24일 오후 3시 기준 동의 4만을 넘었다.

 

논란은 경주시가 일본 자매 도시에 방역물품을 보냈다고 밝히며 촉발됐다. 경주시는 지난 17일 나라·교토시에 비축된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를 지원했다. 경주시는 이달 말까지 오바마시, 우사시, 닛코시에도 방호복과 방호용 안경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경주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매국노’, ‘토착왜구’ 등 다소 거친 표현까지 쓴 부정적인 글들이 쏟아졌다. ‘경주 여행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으며 경주시민 사이에서도 주 시장의 결정을 놓고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 경주시 제공

주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고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미통당답다’ 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 먹은 것 같다”면서도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때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우호도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바로 한두 달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많이 지원받았다”며 “일본이 방역복과 고글이 없이 검사를 제때 못 하는 상황에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하는 법인데 나라시와 교토시는 오랜 기간 교류해온 사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란 점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 시장의 해명에도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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