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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 충격' 저소득층 집중… 분배격차 더 커졌다

입력 : 2020-05-22 06:00:00 수정 : 2020-05-22 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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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갑 닫고 분배격차 더 커졌다 / 통계청, 1분기 가계 동향조사 / 1∼3분위 근로소득 감소 불구 / 5분위 증가… 전체 소득 3.7%↑ / 소비지출 6% 급감… 역대 최대폭 / 1분기 분배격차 더 악화 / 1분위 소득 전년과 같은 150만원 / 상위 20%는 1116만원… 6.3% 증가 / 가구 소득격차 5.41배… 0.23배P ↑ / 통계청 “코로나 영향 다 반영 안 돼” / 교육·의류·오락·문화 등 소비 급감 / 1분위 소비지출 전년比 10% 줄어 / 소득 감소 2분기부터 본격화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경제적 충격은 어김없이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과 2월의 영향으로 전체 가구의 1분기 소득이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와 차상위 계층인 2분위 가구, 3분위 가구까지 근로소득이 감소했다.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 가구는 소득이 크게 늘어 분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파격 세일에도… 지갑 ‘꽁꽁’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올해 1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나 줄어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사진은 21일 파격 할인 행사를 내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연합뉴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전국 2인 이상 가구 대상)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가구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7% 늘었다. 근로소득은 1.8%, 사업소득은 2.2%, 이전소득은 4.7% 많아졌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전체적인 가계 소득의 감소가 예상됐지만 1월과 2월, 3월의 소득이 뒤섞여 있고 소득 계층 간 차이로 소득 감소가 통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소득 부문에서는 1, 2, 3월에 다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1월의 경우에는 일자리사업의 확대 등으로 소득이 증가하는 요인이 있었다면 3월의 경우에는 이동중단으로 자영업 부문의 소득이 줄어드는 요인들이 있어 분기 전체로 봤을 때는 월별 경향성이 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1분위 소득 제자리 “2분기에 소득감소 본격화”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1분위 가구 소득은 지난해 4분기 정부의 재정 일자리사업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는데 올 1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자리에 멈췄다. 2분위 가구는 317만원으로 0.7%, 3분위 가구는 462만원으로 1.5% 늘었다. 이에 비해 4분위 가구는 632만2000원으로 3.7%, 5분위 가구는 1115만8000원으로 6.3%나 증가했다.

 

1, 2, 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각각 3.3%, 2.5%, 4.2%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 1∼3분위 근로소득이 모두 감소한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4분위 가구는 근로소득이 7.8% 늘었고, 5분위 가구는 2.6% 증가했다.

 

근로소득에서 차이가 벌어지면서 국민소득의 분배상태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41배로 지난해 1분기 5.18배보다 0.23배포인트 높아졌다. 5분위 가구 소득이 1분위 가구보다 5.41배 높다는 뜻이다.

 

사업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2.2% 증가했는데 1분위와 2분위, 3분위 가구에서 각각 6.9%, 4.3%, 25.2% 늘었다. 4분위와 5분위 가구에서는 12.3%, 1.3% 각각 감소했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소득 감소가 통계로는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다만 4, 5분위 사업소득 축소는 고용원이 있는 대형 업소 등에서의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어 앞으로 1∼3분위에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감소는 2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2분기에는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공적이전소득’에 포함될 예정이어서 전체 소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으로 이전소득은 증가하더라도 근로소득 등의 감소가 있을 수 있어 소득 증감은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의 경우 고용동향에서 보인 대로 100만명이 넘게 늘어난 일시휴직자 등의 영향이 나타나며 근로소득 감소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로 분배 격차도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출 역대 최대 폭 감소 “경제위기 비교해도 이례적”

 

코로나19에 따른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여파로 가계 지출은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전국 가구당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28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줄어들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항목별로는 의류·신발 28.0%, 교육 26.3%, 오락·문화 25.6% 등에서 지출이 급감했다.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가구도 1분위 가구(월평균 소비지출 148만6000원)로 1년 전보다 10.0%나 줄었다.

소비지출이 크게 줄면서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41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4% 폭증했다. 2003년 통계집계 이후 최대다. 가처분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흑자율도 32.9%로 역시 2003년 통계집계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흑자율은 통상적으로 가구가 지출하고도 얼마나 저축여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소득여력이 있는데도 지출이 억제되는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 청장은 “전년 4분기에 비해 다음연도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전년 4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해 이전 시계열과 달리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소비지출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8년이나 2008년의 소비지출 감소와 비교하더라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 개편 신뢰성 논란도 계속… 개편하니 분배지표 개선

 

통계청이 이날 2017년부터 분리 조사했던 소득과 지출 통계를 통합 조사해 처음으로 공표했다. 통계청은 지난해의 경우 기존의 분리조사와 통합조사를 병행해, 2019년과 2020년 간의 통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18년까지의 통계와는 시계열이 단절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을 기존 방식과 새 방식으로 지난해 수치를 비교하면 배율이 축소된다. 과거 조사방식으로는 지난해 1분기 5.80배, 2분기 5.30배, 3분기 5.37배, 4분기 5.26배였다. 새 통계 기준으로는 지난해 1분기 5.18배, 2분기 4.58배, 3분기 4.66배, 4분기 4.64배로 크게 개선됐다. 5배 이상 벌어졌던 하위 20%, 상위 20% 소득 격차가 4배로 좁혀졌다. 조사방식 변경으로 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 청장은 “조사방식 자체로 인해 낮아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기존 조사방식으로 나온 결과는 기존 흐름대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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