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21일 20대 국회를 돌아보면서 “1700만이 연호한 광화문 촛불을 국회가 바로 받아서 대통령 탄핵을 한 것이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비선실세가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개헌을 해야 했는데 이를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본인 임기에 이뤄낸 ‘특수활동비 투명화’를 나름의 성과로 꼽았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만약 건의할 용기가 있다고 한다면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면을 의미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사면을 거부하지 않아도 될 시점이 됐다는 것”이라며 “(사면을)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라고 덧붙였다. 여권 인사 중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문 의장이 처음이다. 퇴임을 앞둔 시점이긴 하지만 정권을 향한 고언이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의장은 “모든 지도자가 초장에 적폐청산을 갖고 시작하는데 그게 지루해진다”며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 연장이라는 세력이 늘어나고 개혁 동력을 상실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아들 석균씨가 지난 총선 때 공천 세습 논란에 휘말렸을 때를 언급했다. 문 의장은 “내가 아들을 출세시키려고 위치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라린 심경을 느꼈다”며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 컷오프된 적도 그만큼 모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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