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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생명 삼킨 이천 화마… 사고 원인 놓고 여전히 추측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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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05 16:06:36 수정 : 2020-05-05 16: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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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 경찰 수사 어디까지

지난 29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선 폭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 현장에는 80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공사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우레탄폼 희석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점화원을 만나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 사고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이 가연성 물질을 만나 주변으로 급속히 퍼진 데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에서 유독성 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을 놓고는 아직 추측만 무성하다. 사고 현장 안팎에선 불이 난 건물에 안전 관리자가 없었다거나, 발화물질인 시너 통을 옆에 두고 용접 작업을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피난유도등이나 비상경보장치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안타까움과 사회적 공분을 키우는 요인이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현장에 1일 오후 한 시민단체가 놓아둔 국화꽃이 놓여 있다. 뉴시스

◆ 경찰, ‘유가족 만나 “성역 없는 수사” 약속…악성 댓글 수사 개시

 

화재의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5일 유가족을 만나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차려진 합동분향소를 찾아 입구 계단에서 유가족 대상으로 수사상황을 설명했다. 나원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은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중점을 뒀다”며 “경찰청장부터 대통령까지 엄격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만큼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구속 여부를 묻는 유가족의 질문에는 “먼저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이후 처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가 일반적인 강력사건과 다르기에 불이 어떻게 발생했고, 왜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4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 유족이 경기 이천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앞에서 한익스프레스에서 보내온 근조화를 던져 부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경찰은 최근 온라인에서 희생자나 유가족을 향해 게시된 악성 댓글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이버수사대가 관련 수사를 이미 시작했고, 댓글이 게시된 포털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게시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향소에서 난동을 피우는 등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 3일 합동분향소에선 한 50대 남성이 근조 화환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또 유가족의 동의 없이 부검이 진행됐다는 논란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나 과장은 “희생자 18명에 대한 부검을 마쳤다”면서 “유가족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검을 진행해 (유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3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차려지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이천=남정탁 기자

◆ 시공계획서 확보…수사에 속도 낼 듯

 

경찰은 지난 4일 10시간에 걸친 3차 압수수색에서 시공계획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화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한 압수수색은 불이 난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의 현장사무소와 공사관계 업체 사무실 등 7곳이 대상이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의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과 시공사인 ㈜건우의 충남 천안 본사 사무실,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4개 업체 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일 이천시청을 압수수색해 인허가 자료와 건축 도면 등을 확보했다.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 모가체육공원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피해 가족 시설에서 시공사 대표가 피해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시공계획서와 도면을 바탕으로 공사 과정에서 불법 증·개축 등 관련법 위반사항이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또 공사 업체 사이에 재하청 등 불법 하도급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공사 핵심관계자에 대한 수사 진행은 ‘긴급 출국금지 조치’ 대상자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15명의 공사 관련자를 출국 규제하고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갔다. 이어 지난 2일 핵심관계자 2명을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출국금지 대상자는 모두 17명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화재 당시 현장에서 안전 관리자 배치 등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 사인 규명 위한 부검 마쳐…6일 현장 감식 재개

 

경찰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망자 사인을 밝히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희생자 38명의 채혈 검사로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 등을 측정해 화재 당시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짜 맞추고 있다. 채혈 검사만으로 사인을 확인하지 못한 18명에 대해선 부검을 완료했다. 이 중 4명에 대해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감정을 진행 중이다.

 

소방 등 6개 기관과 협력한 합동 감식은 지금까지 2차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산소용접기와 산소절단기, 전기톱 등 공구류 13점을 수거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공구류는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들이지만 사용할 때 불꽃 등이 튈 수 있다.

 

사진=뉴스1

다만 경찰은 화재로 현장 훼손이 심해 아직 특이사항을 발견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하부는 물론 지상층에서도 산소용접기가 발견됐다”며 “일반적인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공구들을 모두 수거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과 발화부를 규명하기 위한 3차 합동 감식은 6일 열릴 예정이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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