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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맞서 축산·낙농업에 친환경 투자 선행돼야 하는 까닭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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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04 16:01:56 수정 : 2023-11-28 23: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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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반대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위기에 놓인 육류 가공업체에 생산을 재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서명했다. 당시 미 육류 생산시설은 80% 이상 폐쇄되었고, 최대 낙농업 협동조합인 데어리 파머스 오브 아메리카에 따르면 하루 평균 1400만ℓ의 우유가 폐기됐다. 축산과 낙농업 모두 최대 위기에 놓인 처지다. 

 

이번 행정명령은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소·돼지·닭고기와 계란 등을 공급하는 공장뿐만 아니라, 마트 등 대규모 유통기업과 각종 식당까지 연쇄 도산의 위기에 처한 탓이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주요 20개국(G20)의 농업·식량관계 장관들이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 조치가 국제적인 식량 공급망을 위협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코로나19에 따라 전 세계 2억65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최근의 국가적인 봉쇄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각국은 국경 봉쇄를 풀지 않았다. 대신 부족한 식량 수급에 대비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육류, 유제품 등에 대한 보호조치에 들어갔다. 

 

실제로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 3월 들어 이를 막았다. 지난달 들어 전년 대비 40% 감소한 물량만 수출하고 있다. 연간 약 50만t의 쌀을 수출하는 캄보디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흰쌀과 벼의 수출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인도 또한 비슷한 사정이다. 국가 봉쇄령으로 수출용 쌀 전량이 항구에 묶여있다.

 

각국 정부는 선제적인 식량 확보 노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곡물 수입기업 사우디곡물기구(SAGO)는 남·북미와 호주 등에서 생산된 밀 65만5000t을 국제 경매시장에서 t당 평균 233.3달러(28만4000원)에 사들였으며, 이와 함께 국부 펀드 산하 농업 전문 투자사인 사우디농축산투자사(SALIC)는 우크라이나에서 수확한 밀 6만t 전량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당장 식량 자급률이 낮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과 태평양 도서 국가, 극지방 등에서는 식량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교적 식량 가격이 안정적인 한국 역시 자급률이 낮은 편으로 대책이 필요한 형편이다. 쌀과 콩을 빼면 대부분 자급률이 30% 미만이며, 유제품도 50%를 밑돌고 있다. 

 

무역 봉쇄조치뿐만 아니라 기상 이변도 식량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지난달 유엔 인도지원조정실은 작년 가을부터 이어진 인도양 동쪽과 서쪽 해수면의 온도 차이가 올여름 가장 크게 벌어져 큰 기상 이변이 동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온도 차로 인도양 서부의 중동과 아프리카 동부에서는 폭우로 홍수를 빚고 있으며, 인도양 동쪽인 호주에서는 가뭄과 폭염을 발생시켰다. 최근 발생했던 호주의 대규모 산불도 이 기상 이변의 영향이 원인이었다.

 

석달 전 발생한 폭우 후 아프리카 사막에는 메뚜기떼가 창궐해 현재 4000억마리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티베트 근처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 역시 국제적인 식량 위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메뚜기떼는 3만5000명이 일용할 식량을 먹어 치우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 무역봉쇄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 각국이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진단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을 위해 반드시 환경적인 요소들을 함께 투자하고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환경 오염에서 대부분 근거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웰빙(참살이)과 친환경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무엇보다 각국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선행해야 한다. 특히 환경적으로 가장 열악한 축산업과 낙농업에 대한 투자와 점검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우리 정부는 미온적인 상황이다. 

 

축산과 낙농에서 나오는 육류 및 우유 등의 식량 증대나 생산도 중요하지만, 생산 환경시설에 대한 투자와 오염 관리가 결국 지속가능한 축산·낙농업의 핵심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닥쳐올 식량 및 환경 위기는 농업과 수산업, 축산업, 낙농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한 선제적인 환경 관리와 투자만이 지속 가능한 식량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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