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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외국인 주민’ 차별한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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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9 22:28:43 수정 : 2021-03-25 14: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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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주민에게 주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늘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지급 대상자는 국내 거주 국민에 대한 지원을 원칙으로 재외국민,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결혼이민자 등 내국인과 연관성이 높은 경우 및 영주권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언론에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재외국민은 포함하지 않고, 국내 거주 외국인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 등을 포함하므로, ‘국민’이 아니라 ‘주민’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지원 대상에 합법체류 외국인 주민 중 일부만 포함하고, 국내 거주 외국 국적 동포, 외국인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투자자 등을 배제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이 국가가 태풍·산불·가뭄·홍수·쓰나미·감염병 등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인’뿐 아니라 ‘자격이 되는 외국인’도 그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일차적으로 거주 기준으로 관광객·단기방문자를 빼고, 체류자격의 합법성을 근거로 ‘불법체류자’를 제외한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정부는 ‘합법체류 외국인 주민’을 ‘자격이 되는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그 제도를 시행해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는 ‘재해 지원을 위한 시민권 지위 및 자격’을 규정하면서, “모든 FEMA 재해 지원은 인종, 피부색, 성별(성적 지향 포함), 종교, 출신국, 연령, 장애, 제한된 영어 능력, 경제적 지위 또는 보복을 기반으로 한 차별이 없이 제공”된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4월 20일 주민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을 재난지원금 성격의 ‘특별 정액 급부금’으로 ‘4월 27일 기준 일본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에서 3개월을 초과하여 거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외국인은 반드시 ‘주민’ 등록을 해야 하므로, 합법체류 외국인 주민은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영국·프랑스·독일 정부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합법체류 외국인 주민을 자국인 주민과 동등하게 처우한다. 예컨대, 4월 27일 독일 연방의회 상원에서 통과된, 프리랜서·자영업자·소규모사업자 대상 ‘코로나 즉시 지원금’은 국적과 상관없이, 납세번호를 받아 수익 활동을 하는 모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다시 말해, 국적을 기준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주민을 달리 처우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2019년 12월부터 내국인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었다. 외국인 인구의 추가 유입이 없으면 총인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면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주민을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재난지원금·아동수당 등 ‘주민’ 대상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 중 일부만 선별하여 포함하는 정책은 시대착오다.

코로나19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선진사회 한국’에 걸맞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 사람들을 배제한다고 주장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 궁색하지 않을까? 선진사회 한국은 ‘전 지구적 표준’을 준수해야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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