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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보다는 영상… Z세대 ‘비대면 소통’ 이끈다

입력 : 2020-04-25 19:00:00 수정 : 2020-04-25 23: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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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 /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세대 / 디지털 기기·인터넷 환경에 익숙 / 코로나 이후 ‘온택트’ 시대 주도 / 74% “온라인서 시간 보내”… 떨어져 있어도 ‘연결’ 일상화 / 유튜브·틱톡·브이라이브 順 즐겨 써 / 스터디 모임도 화상회의 통해 해결 / 앱 ‘줌’ 이용 늘자 ‘주머’ 신조어 등장 / 소통 대상 부재·기술 이해도 낮을 땐 / 또 다른 소외계층 양산 우려 목소리

#1.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6)씨는 매일 아침 영상통화 앱 ‘페이스타임’을 켜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원이나 독서실에 갈 수 없게 되자 이씨가 택한 공부법이다. 이씨처럼 집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정해진 시간에 페이스타임을 틀고 스터디 모임을 갖는 것이다. 일종의 ‘가상 스터디’이지만 실제 모임처럼 자리를 오래 비우거나 스마트폰을 만져서는 안 된다. 약속을 반복해서 어길 경우 다음부터는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

 

#2. 대학생 김모(24)씨는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 코로나19로 영화관에 가는 대신 친구와 화상회의 앱 ‘행아웃’을 틀고 각자 영화를 본 것이다. 김씨는 24일 “혼자서 영화를 보려니 적적한데 영화관에 갈 수 없어 행아웃을 켰다”며 “각자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면서 잠깐씩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영화를 보는 친구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소통의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빚어진 현상이지만, 이것은 새로운 ‘온택트’(Ontact) 방식의 소통을 이끌고 있다. 거리는 멀어졌지만 기술을 통한 ‘연결’로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온택트 소통에 익숙한 ‘Z세대’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면서, 이들의 소통방식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Z세대는 언제나 ‘연결’된 상태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에서는 ‘주머’(Zoomer·줌을 쓰는 세대·Z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가 화상회의 앱인 줌을 즐겨 사용하는 데서 빗댄 표현이다. 줌은 코로나19로 사용자가 급증한 뒤로 각종 논란에 시달렸지만, 이는 특정 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Z세대가 비대면 소통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이들이 거의 종일 온라인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이들은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다. M(밀레니얼)세대나 X세대가 스마트폰의 등장을 ‘혁신’으로 느꼈다면 Z세대에게는 그것이 단조로운 일상이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2017년 ‘유일무이한 Z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주말이든 더 긴 휴가기간이든 학교생활이나 학습활동 이외의 시간에는 대개 무엇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4%가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Z세대가 언제나 연결된 상태이며 언제라도 손가락만 움직이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세대나 X세대에게 친숙한 비대면 소통이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SMS) 형태라면 Z세대에게는 영상이다. Z세대는 영상을 제작하거나 소비하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타인과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지난해 말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행태 분석’에서 헤비유저인 Z세대는 다른 세대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이용 행태를 보였다. 모든 세대에서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는데, Z세대의 경우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90%를 훌쩍 넘어 유튜브에 대해 가장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이들은 유튜브 다음으로 ‘틱톡’이나 ‘브이라이브’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앱은 짧은 영상을 직접 제작해 공유하거나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앱으로, M, X세대에서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상위권에 포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다른 세대에선 볼 수 없는 동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도 6위에 올랐다. 닐슨코리아 측은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Z세대’의 성향이 발현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Z세대의 이 같은 소통방식이 주목받는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택트 소통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되 일상을 영위하고 사회를 정상 운영하기 위해 언제든 서로를 원활히 연결하는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온택트가 보편화하는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 부상한 표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과 함께 비대면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가장 대중적인 줌이나 행아웃, 페이스타임을 비롯해 MS의 팀즈, 아마존의 차임, 시스코의 웹엑스 등은 100여명이 동시에 화상채팅(회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Z세대는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라며 “기존에는 영상 기반의 비대면 소통이 Z세대나 일부 수요계층에 의해 이뤄졌다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대에 확산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신 소외계층·줌 에티켓 논란

 

비대면 소통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확산했지만, 그에 앞서 스마트폰이나 무선통신의 발달이 이뤄졌기에 가능해졌다. 이는 기술 발달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이나 환경인 경우 비대면 소통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대면 방식의 소통이 또 다른 소외계층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소통의 진입장벽은 크게 두 가지다. 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 비대면 소통을 함께 공유할 대상이 부재한 경우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소통을 이끌었지만 그것이 비대면 소통을 가능케 하는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이 교수는 “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것은 맞지만 모든 Z세대가 그런 것은 아니다”며 “언뜻 보기에는 세대 간 차이로 보이지만, 종국에는 사회적 위치나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린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인 초·중·고교에서 태블릿이나 PC가 없는 Z세대 계층의 수업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반면 원격의료가 허용된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도 비대면 진료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새로운 채널을 이용하는 비대면 소통은 기존의 대면 소통에서 볼 수 없던 논란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줌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자 보안문제와 사이버 공격 논란이 제기됐다. 줌으로 화상채팅(회의)을 하는 상황에서 외부인이 무단으로 접속해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욕설을 하는 이른바 ‘줌 폭탄’(Zoom-bombing)이 이어지면서다. 줌의 서버 일부가 중국을 경유한다는 점에서 보안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국과 독일, 인도, 대만, 싱가포르 정부는 줌 사용을 제한하고 나섰다. 금융보안원도 줌이나 행아웃과 같은 화상회의 앱의 사이버 공격이나 보안 사고를 막으려면 회의 접근 코드를 설정하는 등의 예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줌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 자체의 보안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태도도 그만큼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등의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시선을 다른 곳에 두거나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등 대면 소통에서의 에티켓이 온라인상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의 비대면 소통은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따른 예외적 현상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비대면 소통이 익숙해지고 일상으로 되면 상대에 대한 에티켓이 규범으로 굳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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