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압승한 4·15총선 결과가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원곤 교수(이하 박 교수)=“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얘기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한과 방역지원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관광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경제적 이익이 큰 건 아니고 성가실 수도 있지만 추진 과정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미 갈등 여지가 크다. 북한이 그 틈을 보고 파고들 수 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이하 홍 실장)=“총선 결과가 집권 여당이 우위를 갖는 구도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남북관계가 특별히 개선되는 전환점으로 작용하긴 좀 힘들 수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 정치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남북관계는 미국 정치의 변화에 종속된 측면이 있다. 다만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고 하반기 북한 당창건 75주년이어서 나름대로 북한도 성과를 일궈내야 하는데 사실상 올 한 해는 코로나19 국면으로 사실상 아무것도 진척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엽적인 개별관광 등 아이템 중심의 방식으로 북한을 유도하는 전략보다는 좀더 큰 그림 안에서 북한의 본질을 건드려주는 전략이 필요한데, 군사적인 부분에 관련된 회담을 적극적으로 북한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경향이 강한데, 통일인식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박 교수=“동서독도 탈냉전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한반도 통일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통일이 올 수 있는데 준비를 안 했을 때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젊은 세대에게 통일이 어떻게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좀더 적극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

홍 실장=“통일의식과 관련된 부분은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통일에 대한 의식이 약화됐다고 보기보다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느냐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한 평화와 통일을 분리해서 보는 프레임은 적절하지 않다.”
―동유럽 국가들은 체제전환 이후 급격한 변화로 민주주의 후퇴 등 부작용을 겪고 있는데 북한의 체제전환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이 바람직하며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홍 실장=“가능성 측면에서 당장은 개발독재식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전략적으로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핵보유 내지는 핵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북·미 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거기에 자신의 경제발전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나치게 정치적 변화를 기대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체제 전환이나 발전을 바라기보다는 선 발전을 꾀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후에 정치적인 민주화를 자연스럽게 이루게 하는 방식의 체제 전환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박 교수=“동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사실상 체제 전환이 일어난 게 맞다. 그 맥락에서 북한 체제의 전환을 얘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핵을 계속 보유하는 상황에서 동유럽 수준의 체제 전환은 북한이 스스로도 선택할 가능성이 없고 국제사회가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포기한 상태에서 선 경제 정책으로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북한 체제의 한계가 있겠지만, 북한이 경제를 통해 접촉면을 넓혀갈 수 있도록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할 필요는 있다.”

―지난해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 비핵화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향후 전망은.
박 교수=“북한이 북·미관계와 관련해 작년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 노선을 표명했고 장기전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대선까지 최소 1년에서 1년 반은 북한이 미국에 이른바 발전권과 생존권을 선 조치하라는 상황으로 나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큰 틀에서 변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경제에 작지 않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경우 북한에 익숙한 방법은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레드라인’ 넘지 않는 수준에서 북한이 군사적인 긴장을 강화해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고 어떻게든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나 일부 면제 정도를 받아내는 방향으로 간다면 생각보다 빨리 북·미대화가 전개될 수 있다. 또 다른 선택은 대외관계를 조금 더 우호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미국과의 기존에 갖고 있는 전제를 조금 낮춘 상태에서 대화재개를 모색하는 방식이다.”
홍 실장=“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예상보다 조기에 확정됐다. 민주당 후보가 확정된 이상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도 관망하던 태도에서 적절한 개입이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데, 긍정적인 방식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최근 조직인사를 보면 대미협상국이 신설됐다. 지금까지 북·미 정상이 합의했던 내용이나 협상을 통해 진행해왔던 구도를 유지하고 신뢰를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
박 교수=“결국엔 북·중관계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정면돌파 노선을 이행하기 위해선 특히 경제적인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이 당연히 방역이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할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서 이전처럼 북·중 간 교역이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뒤로 밀릴 것으로 본다. 북·중관계는 여전히 미묘하다. 앞으로 미·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냐에 따라서 그 안에서 북·중관계도 같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홍 실장=“북·중관계는 박 교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한편에선 미·중관계가 중요하다. 좀더 협력적인 방식으로 갈 수는 있지만 장기적, 구조적으로 보면 미·중의 전략경쟁 구도는 불가피하다. 이런 구도가 구조화되면 미·일 동맹구조와 중·러 동맹구조, 또는 최소한 동맹구조가 강화되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좀 비관적으로 본다면 북·미가 안 된다면 중·러의 연계구도에, 소위 동맹구도에 북한이 편승하는 전략이 최종적으로 북한이 생각하는 구도일 수 있다.”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박 교수=“미·중 간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고 최소 한 세대 또는 그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북·중·러 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냉전체제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의 편의에 의해서 뭉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긴밀성은 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끌고 가느냐다. 우리는 국제질서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밖에 없고 흐름에 대해 무시하고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면 잘못된 패착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구조적인 제약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사안별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략의 측면에서 미·중 간의 제로섬 게임으로 가는데 우리가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홍 실장=“우리가 북한에 군사적인 안전보장을 서로 만들 수 있는 군비통제 요구, 대화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작년 말부터 공세적으로 담화를 내면서 요구하는 내용 대부분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보장, 자신들을 위협하는 안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큰 차원에서 북·미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남북 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군비통제, 군사적 위협을 해소해가는 부분을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사회=김용출 외교안보부장, 정리=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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