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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위기 때 빛났던 잭 웰치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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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3 22:38:17 수정 : 2020-04-24 09: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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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비교 불가능한 변화로 GE 이끌어 / 최악 상황 대비한 ‘플랜 B’ 마련이 중요

지난 3월 1일 미국의 경영잡지 ‘포천’이 20세기 최고의 경영자(CEO)로 선정한 잭 웰치가 84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망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잭 웰치와 같은 리더는 이 세상에 없다.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며 애도를 표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0년 동안 비교 불가능한 성장과 변화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이끌며 미국 기업의 풍경을 바꾸었던 전설적인 CEO 잭 웰치가 사망했다”라는 기사를 내며 그의 삶을 재조명했다.

잭 웰치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CEO도 흔치 않을 것이다. GE의 CEO로 재임하는 기간 내내 변화와 혁신의 상징으로 추앙받았지만, 그의 강인하고 직설적인 스타일로 인해 퇴임 후 독선적인 ‘구시대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여겨졌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위기관리에 대한 탁월한 역량은 WSJ의 표현처럼 ‘비교 불가능’하고, 현 경제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기에 간단히 소개해 본다.

잭 웰치는 1981년 4월 GE의 CEO로 부임한 직후 각 계열사를 돌며 현황 파악을 시작한다. 하루는 당시 GE의 대표적 사업 중 하나이고, 그래서 많은 엘리트 직원들이 일하고 있던 원자력 사업부를 방문한다. 명문대학에서 MBA를 마친 임원들이 새로 부임한 웰치 앞에서 앞으로 매해 원자로를 3기씩 수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 20% 이상씩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보고를 끝마쳤다. 임원들 머릿속에는 이런 긍정적인 사업계획을 들은 신임 CEO가 칭찬과 격려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회의를 마무리짓는 장면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잭 웰치는 잠시 침묵에 잠긴 후 냉정한 말투로 ‘불과 2년 전인 1979년에 스리마일 섬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벌써 잊었느냐’면서 앞으로 미국 내에서 원자로 주문을 하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매년 높은 성장을 하겠다는 임원들에게 냉정한 목소리로 성장 가능성 제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라는 웰치를 보며 임원들은 불만을 갖게 되었지만 신임 CEO의 서슬 퍼런 지시에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GE의 원자력 사업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잭 웰치의 예상대로 스리마일 섬 재난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GE는 이후 20년 동안 신규 원자로를 불과 4기만 수주했는데 그것도 미국 내 수주는 전무한 실적이었다. 전략회의에서 보고했던 임원들의 계획대로 매해 20%씩 성장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신입직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비용을 늘렸다면 재앙수준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 사업부는 웰치의 협박(?) 덕분에 마지못해 수립한 플랜B를 착착 실행할 수 있었다. 플랜B에는 직원 수를 2410명에서 160명으로 축소하고 원자로 건설 설비 대부분을 매각하고 건설과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판매한 72기 원자로에 연료 공급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위기가 찾아오면 많은 리더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만 선별적으로 선택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잭 웰치 사례에서 보듯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한 플랜B를 마련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란 사실을 잊지 말자. 당신의 회사에는 지금 구체적인 플랜B가 존재하는지 확인해 보라.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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