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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급속 진행… 2022년 기초연금 예산만 20조 넘어 [연중기획 - 인구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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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9 11:00:00 수정 : 2020-08-05 15: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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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신중한 관리 목소리 / 세금 낼 사람은 주는데 지원 대상은 늘어 / 복지 확대까지 맞물리며 상황 날로 악화 / 기초연금 수급 인원·금액 모두 매년 증가 /최고 수급 30만원 수혜 확대로 부담 가중 / 국민연금 고령 수급자 늘면서 재정 악화 / 노인 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 부담으로 / “노인, 복지 대상 아닌 인적자원으로 인식 / 직업훈련 통해 일하는 분위기 만들어야”
인구절벽 현상으로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대상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지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재정 건전성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재정운용 진단 과제’ 보고서는 현재 복지제도가 확대되지 않더라도 40년 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이 27.8%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펴낸 옥동석 인천대 교수(무역학)는 “복지정책을 펼 때 미래전망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향후 복지지출이 급증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지금은 복지지출이 적어서 재정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앞으로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복지지출이 급증하면 재정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GDP 대비 재정규모는 지난해 3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2.7%)보다 낮지만 복지지출을 제외한 GDP 대비 재정규모는 22.4%로 OECD 평균(21.5%)과 비슷하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로 인한 재정부담은 과거부터 계속 문제가 돼왔다. 여기에서 더 심해지면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결국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령화를 주요 변수로 재정 여력이나 재정 건전성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기초연금 20조원… 커지는 재정부담

1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기초연금 재정부담 전망’에 따르면 2022년에는 기초연금 예산만 20조원을 넘어선다. 기초연금 예산은 연평균 10%가량 증가하고 있다. 이미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16조80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원 넘게 늘었다. 국비만 약 13조원이 소요된다. 노인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 중 가장 큰 규모다.

기초연금 예산이 급증하는 이유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수급 인원과 수급액이 모두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4년 20만원으로 시작한 월별 수급액은 2018년 9월부터 25만원으로 늘었고, 최고 수급액인 30만원 수혜자도 지난해 소득 하위 20%에서 올해 하위 40%로, 내년 하위 70%로 확대된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기초연금 재정은 노인 인구 비율과 재정자주도에 따라 국가가 40∼9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충당한다. 향후 기초연금 국비 부담분은 매년 10.4% 수준으로, 지방비는 8.8%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연금 수급 인원이 많고 재정자주도가 낮은 지자체는 특히 부담이 크다. 지방비 부담은 2018년 9월 기초연금이 25만원으로 기존보다 5만원 인상된 후 급증했다. 이처럼 지방비 부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결국 지난 2월 정부는 국고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초연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따라 재정자립도가 35% 미만인 시·군·구에 국고 재정으로 기초연금 지급 비용을 2~5%포인트 추가 지원한다.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부산 북구를 비롯해 전국 기초지자체 7곳이 기초연금 재정을 추가 지원받게 될 전망이지만, 결국 지자체의 기초연금 부담을 국가가 떠안는 셈이라 재정부담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2030년 재정위기가 온다는 경고가 이미 나왔지만, 현재 상태로는 재정위기가 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노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적자본으로 봐야 한다. 직업훈련 등을 통해 이들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자·의료비 늘면서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정도 심각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고령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재정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2018년 국민연금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금 수급자 중 노인 기준연령인 65세 이상은 318만명으로, 5년 전 206만명에서 1.5배가량 늘었다. 80세 이상 고령 수급자도 2013년 7만명에서 4배 늘어난 28만명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5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온 지 1년 만에 3년 앞선 2054년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커지는 의료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 2018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연간 진료비는 2018년 31조823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15조3893억원보다 2.1배 늘었다. 1인당 연평균 진료비도 2012년 307만6000원에서 2018년 456만8000원으로 전체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인 152만8000원보다 2.98배 많았다.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40%를 넘어섰다.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건보 재정은 연간 2조8243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립금은 17조77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보 적립금이 2024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발표한 예상 소진 시기는 2027년이었는데, 1년 새 3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금 부분은 수령액이 높지 않아 어느 정도 재정부담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노인 의료비 증가속도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노인 의료비를 줄이면서도 노인들이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양병원입원비 등으로 새나가는 사회적 자원을 줄이고, 요양시설이나 지역사회 돌봄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인 연령 65세서 70세로 높여야 할까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복지법에 따른 지하철이나 공공시설 무료·할인 혜택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현행 노인복지법에서 노인 기준 연령은 1985년 65세로 정해진 후 35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당시 68.9세였던 기대수명은 2018년 82.7세로 13년이나 늘었다. 노인 연령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응답자 86.1%가 노인 기준 연령이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오는 2040년에는 노인부양비가 59.2명에서 38.9명으로 줄어든다. 노년부양비는 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 인구 숫자다. 노인 부양에 들어가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의미다. 의료·연금 등 65세 이상 기준에 맞춘 노인복지 재정 부담도 덜 수 있다. 지난해 기준 65~69세 인구는 노인 인구의 31.9%를 차지한다. 단순 계산하면 기초연금 등 각종 노인복지 지출의 3분의 1 정도가 줄어든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0년에 걸쳐 2년 주기로 노인 기준 연령을 만 70세로 인상할 경우 20년간 총 재정이 126조원 절감될 것이란 분석을 2015년 내놓은 바 있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논의는 2012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노인 기준 연령을 70~75세로 높이겠다는 중장기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2015년 박근혜 정부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평균수명 증가로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고려해 노인 복지정책별 연령 기준 조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인 빈곤율과 정년 연령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8년 6월 기준 46.1%다. 6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 기준 연령을 올려 복지 적용 시기가 늦어지면 은퇴와 노인복지 사이 소득 단절 기간이 늘어 노인 빈곤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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