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내건 여당이 압승을 거뒀으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전히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을 고수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16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의 2차 추경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전 국민, 전 가구에 지원하자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소득 하위 70% 기준은 긴급성과 효율성, 형평성 그리고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우 많은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총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급 대상 확대 압력이 커질 것을 대비해 홍 부총리가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대상은 소득 하위 70%인 1478만 가구로 설정했다”며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은 긴급성과 형평성, 한정된 재정 여력 등을 종합 감안해 많은 토의와 고민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국민들께는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한 양해의 요청 말씀 올린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미국도 전 가구에 지급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원대상 해당 여부는 올해 3월 말 기준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만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더라도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금액이 9억원을 넘거나 금융종합세의 부과 기준이 되는 금융소득이 연2천만원 이상 등이면 ‘고액자산가’로 분류돼 제외된다. 지원금액은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가구 이상에는 100만원이다.
홍 부총리는 “기존 긴급지원 성격으로 지급됐던 저소득층 소비쿠폰, 특별 아동 돌봄 쿠폰은 요건 해당 시 별도 지원을 받게 된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생보) 수혜를 받는 4인 가구의 경우 최대 220만원까지 더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은 지자체별 전자화폐나 지역 상품권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전자화폐 등은 지자체에서 이미 활용 중인 만큼 신속한 집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용 시기 등을 한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지원금이 빠른 시간 내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긴급재난지원사업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소득 하위 70% 이상 대상,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이라는 정부안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추가지급, 지급방식 등은 지자체가 현장의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수요 규모는 총 9조7000억원이다. 소요 재원은 국가와 지자체가 8:2(서울은 7:3) 비율로 나눠 분담하게 되면서 정부는 지자체 부담 2조1000억원을 제외한 총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홍 부총리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향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급에 대비해야 한다”며 “재원 조달은 약속드린 대로 적자국채 발행 없이 모두 올해 기정 예산 조정을 통해 전액 충당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선에서 ‘모든 4인 가구에 100만원을 주겠다’고 강조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정치권에서 지급 대상 기준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을 선거 유세 과정에서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 고 후보는 득표율 50.3%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47.8%)를 제치고 당선이 확정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당장 국회 문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부터 마무리하겠다”며 “오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온다. 조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오늘이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열리는 임시국회에 2차 추경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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