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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 머물지 않아…나는 계속 현재진행형” [데뷔 30주년 스페셜 앨범 낸 가수 신승훈 ]

입력 : 2020-04-13 20:35:17 수정 : 2020-04-13 2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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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꾸준히 찍다보니 이젠 하나의 선 정도 그어 / 많은 시도 했지만 ‘발라드 황제’만 기억 아쉬워 / 음악 인생 반환점 맞아 현재에 더 충실 하고파

“신인 때부터 한 획을 긋겠다고 음악을 한 적은 없어요. 남들은 몰라줘도 그저 점 하나하나 꾸준히 찍다 보면 나중에 멀리서 선으로 보일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했죠. 이제 그런 하나의 선 정도는 그은 것 같아요.”

신승훈(54)은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음악’이라는 한길을 걸으며 ‘황제’의 칭호를 지켜왔다. 그만큼 신승훈의 음악 인생 30년은 전무후무한 기록들로 빼곡히 차 있다.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하자마자 신승훈은 14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웠고, 이후로도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아이 빌리브’(I Believe) 등 숱한 히트곡을 냈다. 앨범 누적 판매량은 국내 가수 중 최다인 1700만장. 정규 음반 10장이 연이어 골든디스크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요 트렌드가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신승훈은 미성과 애틋한 멜로디, 사랑과 이별을 담은 노랫말로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데뷔 30주년을 맞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로 돌아온 가수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최근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를 발매하고 온라인으로 기자들과 만난 신승훈은 “과거의 영광보다는 이 순간이 소중하고, 지금에 더 충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마음은 이번 스페셜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 신승훈은 “과거의 신승훈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하는 앨범이 되고 싶진 않았다”며 ‘현재진행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신승훈표 발라드’가 가득하다.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 등 서정적인 목소리로 인생을 노래하고 삶을 위로한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가 송강호 배우라면, 저에게는 제 분신 같은 음악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멜로디를 입히고 악기를 입혀서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신승훈은 30년간 따라다닌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에 대해 ‘족쇄’라고 표현했다. 신승훈은 사실 모던록 등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등 음악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이다. “제가 정말 많은 장르를 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뉴잭스윙도 하고, 디스코인 ‘엄마야’도 있었죠. 하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는 ‘신승훈’은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이죠. 발라드만 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인지, 제게 그 별명은 애증의 관계처럼 다가와요. 물론 발라드곡들이 팬들에게 깊게 새겨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30년간 자기 색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에 대한 보답인 것도 같아요.”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아이 엄마가 돼서도 공연장을 찾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음악뿐이었다. 신승훈은 “의리를 지켜주는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꾸준히 곡을 썼다. 팬들에게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앨범으로 보냈다”며 “가수는 별다른 것이 없다. 노래 한 곡이 끝났을 때 박수,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게 나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 마음을 알아본 팬들 덕에 스페셜 앨범 한정판 엘피(LP) 1000장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후배들과 작업한 곡도 실렸다. 13년 전 우연히 들었던 가수 모리아와 더필름의 곡을 이번에 리메이크했다. 능력 있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더 알리고 싶어서다. MBC ‘위대한 탄생’부터 엠넷 ‘내 안의 발라드’까지 음악 방송의 멘토로 출연하고, 소속 신인 가수 로시의 제작자로 나선 것도 선배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승훈은 “저한테는 그렇게 선배가 많지 않아서 1년 안에 배울 수 있는 걸 혼자 깨우치는 데 5년 걸렸던 적이 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며 “후배들이 금방 습득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표현했을 때 희열감이 좋았다”고 되새겼다. 후배들이 아이돌 생활을 하다 정체성을 고민할 때 선배로서 지표 중 한 명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도 밝혔다.

30년을 노래했고, 30년을 노래할 신승훈은 지금이 음악 인생의 반환점이라고 말한다. “2시간짜리 영화나 긴 드라마와 달리 음악은 4분의 미학이에요. 짧지만 그 안에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잖아요. 드라마틱한 사랑과 이별도 중요하지만, 세대를 같이 한 사람으로서 삶의 무게를 나누고 싶어요. 이제 기교는 빼고 비틀스의 ‘렛 잇 비’처럼 듣고만 있어도 위안이 되는 노래를 만드는 게 제 사명이에요. ‘추억의 가수’가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고 있는 가수이고 싶어요.”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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