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투표율이 12.14%로 나타나며 첫날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사람들이 몰리는 선거일을 피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4399만4247명의 선거인 중 533만9786명이 투표를 마쳤다. 사전투표가 처음 실시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동시간대 투표율 가운데 가장 높다. 2016년 20대 총선의 첫날 투표율은 5.45%로 이번에는 참여율이 2배 이상 높았다. 당시 전체 사전투표율은 12.19%였다.
‘국민의당 돌풍’이 불며 막판까지 표심이 흔들렸던 20대와 달리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자 구도가 형성돼 변수가 적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각 진영의 전통 텃밭에선 상대적으로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날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18.18%)이고 전북(17.21%), 광주(15.42%), 강원·세종(13.88%), 경북(13.76%) 등의 순이었다. 대구가 10.24%로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피해로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12.18%, 10.46%였다. 정치권에선 어느 지역, 어떤 연령대의 유권자가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청와대 인근 삼청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필터 교체형 마스크를 쓰고 입구에서 체온 확인을 했다. 손소독을 한 뒤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했다. 문 대통령은 투표 후 “선거 당일에는 투표하러 오는 분들이 많아 밀릴지도 모르니 사전투표로 인원이 분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부부도 서울공관 인근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정 총리는 “직접 투표를 해보니 거리두기도 잘 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이 안심하고 투표장에 나와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자가격리자 투표 방안에 대해선 “합법적이면서 실현가능한 방안이 마련돼 채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증 코로나19 환자 중 일부도 이날 투표를 했다. 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전국 생활치료센터 중 4곳에 이날 사전투표소가 설치돼 환자들과 센터 상주 의료진, 직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11일에는 또 다른 센터 4곳에서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하지만 일부 사전투표장에선 신원 확인을 허술하게 하고 유권자 간 1m 간격 유지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강서구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염모(35)씨는 “사람이 몰려 완전 밀착된 채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며 “학교 등 넓은 공간이 아니라 조그마한 주민센터에서 하다 보니 1m 간격 벌리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모(37·여)씨는 “옆에 있던 남성이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했는데도 얼굴 확인을 안 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절차가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선관위는 주피지 대한민국대사관 등 17개국 18개 재외공관에서 공관개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공관개표 결정은 2012년 재외선거제도가 도입·시행된 이래 처음이다. 앞서 선관위는 55개국 91개 공관에 대해선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했다.
이현미·최형창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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