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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손목밴드'에 우려 표명… "원칙 허물면 회복 어려워"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4-09 14:45:44 수정 : 2020-04-09 15: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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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격리대상자 관리 강화와 인권 사이에서 ‘고민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자가격리자에게 ‘전자 손목밴드’를 착용시키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자가격리 기간 중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려는 정책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손목밴드와 같이 개인의 신체에 직접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은 개인의 기본권 제한과 공익과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 등에 대한 엄격한 검토와 법률적 근거 하에 최소 범위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 모니터링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검사를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 위원장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자가격리자의 동의를 받아 손목밴드를 착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 의사 표현은 정보 주체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야 하며 사실상 강제적인 성격이 되거나 형식적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자료’에도 정부의 긴급조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가능한 한 최소 침해적이고 비차별적인 방법으로 적용돼야 하고 개인 모니터링도 기간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지난 8일 방호복을 입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 입국심사관이 유증상자 전용 입국심사대에서 입국자에게 자가격리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최 위원장은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인권적 가치를 위기 상황을 이유로 한 번 허물어버리면 이를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은 극히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홍콩은 지난달, 바레인은 이번달부터 손목밴드 착용 정책을 도입했다. 손목밴드를 착용하면 격리 대상자의 위치정보(GPS)뿐 아니라 격리자가 휴대전화로부터 일정한 거리 이상 멀어지면 그 사실까지 방역당국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바레인 당국은 확실한 감시를 위해 자가격리자에게 불시에 손목밴드와 함께 얼굴 사진을 보내도록 요청하기까지 한다. 미국에서는 웨스트버지니아주 법원이 지방당국에 격리 대상자에게 전자발찌 등 감시장치를 부착할 권한을 부여했고 뉴질랜드도 한 과학자가 손목밴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몸에 직접 장치를 부착하는 감시 방법은 사생활 침해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줄리언 사불레스쿠 교수(철학)는 미국 뉴욕타임즈(NYT)에 “우리가 자유와 복지, 자유와 보건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갈등에 빠져들었다”고 밝혔고 호주 멜버른대학의 에릭 바에케스코프 교수(공공정책)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손목밴드 등) 새로운 대책이나 규정이 일단 시행되면 변경하거나 폐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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