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제주 소년’ 고홍준(9)군이 하늘로 떠나기 전 마지막 등교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연기된 뒤 학교에 가 친구들과 재회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 고군은 끝내 생전에 그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8일 오전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을 나선 고군은 화북동 화북초등학교로 향했다. 먼 길 떠나는 고군을 위로하듯 올 봄 막바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유족은 고군의 영정을 든 채 교내 벚꽃길을 거닐며 “평소 홍준이가 이 길에서 맨날 장난치면서 뛰어놀았다”, “여기서 홍준이와 같이 사진도 찍었다” 하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학교 운동장 앞에는 선생님들이 모여 홍준이를 배웅했다. 선생님들은 미리 준비한 국화를 고군의 영정 앞에 한 송이 한 송이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동안 울음을 참았던 유족은 다시 오열했다. 그토록 기다린 개학이 이런 식으로 이뤄질 줄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일까. 짧은 생을 산 고군의 마지막 하굣길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표정은 황망하기만 했다.
언제까지 머물고 싶었던 학교를 떠난 고군은 이제 영원한 안식처인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정말로 작별해야 할 시간이 오자 엄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홍준이를 가슴에 묻으며 이렇게 되뇌었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고군은 2010년 제주도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언제나 휘파람을 부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아, 홍준이가 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음악에 재능이 많아 화북초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여느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맛있는 과자는 꼭 나눠먹고 재미난 게임기가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즐겼다. “논리적인 말로 친구들을 이끌어주는 인기 있는 아이였다”고 주변 어른들은 기억한다.
지난 1일 고군은 저녁식사 후 집에서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119로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에 매달렸으나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지난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지난 6일 제주대병원에서 심장, 간장, 신장 등 장기의 기증이 이뤄졌다. 장기는 또래 어린이 5명에게 이미 이식이 됐고, 각막도 조만간 대기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9살밖에 안된 어린 홍준이가 쏘아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홍준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사회에 더 큰 울림과 교훈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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