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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反韓 도쿄지사’의 코로나19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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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5 23:10:35 수정 : 2020-04-05 23: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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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버슈트·의료붕괴 거론 속 / 韓과 악연 고이케 요란한 행보 / 지사 선거 앞두고 ‘표밭 일구기’ / 韓·日 국제협력의 ‘걸림돌’ 존재

현시점에서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최대 수혜자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都) 지사다.

그는 이번 사태 와중에 요란한 행보를 보이며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사실상 연기로 가닥을 잡은 지난달 23일 ‘도쿄 록다운(Lock down·봉쇄)’을 언급해 수도권에 사재기 열풍을 야기하더니 거의 매일 회견·방송 출연을 한다.

지난달 31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가로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국가긴급사태 선언을 촉구하며 신중한 아베 정권 인사들과 대조를 이뤘다. 전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씩 배포하겠다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유머의 소재가 된 아베 총리와 비교하면 단호한 모습의 국가지도자로 인식될 정도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물론 고이케 지사의 언행은 도쿄의 위기 상황을 반영한다.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지난 1일 3000명대에 진입한 뒤 사흘 만인 4일 4000명을 돌파하는 등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수도 도쿄는 연일 감염자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오버슈트(Overshoot·감염폭발)와 의료붕괴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고이케 지사의 기자회견은 점점 특별한 내용 없이 이미지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분위기다. 소위 밀폐(밀폐된 공간), 밀집(빽빽한 모임), 밀접(근거리 접촉)을 의미하는 3밀(密) 자제를 반복호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알맹이도 없는 내용을 발표하는 고이케 지사의 회견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상파 생방송으로, 민영방송은 인터넷 생방송으로 실시간 전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TV도쿄 뉴스캐스터 출신이다. 미디어와 대중의 속성에 정통한 포퓰리스트로서 표밭을 일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7월 5일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도쿄의 지역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도민퍼스트회’ 고문인 그는 유리한 상황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연기 결정 직전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민당이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재선에 성공하면 내년으로 연기된 대회에 대한 발언권도 현재보다 커져 정치적 성과물로 선전할 기회도 많아진다.

중앙정치인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행보에 주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과의 악연이 적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적 반한 인사다. 보수우익의 구심점인 일본회의 소속 주요 인물 100인을 소개한 ‘일본회의의 인맥’이라는 책에선 아베 총리와 함께 표지 인물 5명 중 한 명일 정도로 핵심이다.

2016년 취임 후 행보는 한반도 출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선학교 탄압은 물론 한국학교 무시로 악명 높다. 제2 도쿄한국학교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하더니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지사가 추진했던 부지 임대 계획을 무산시켰다. 현재 도쿄한국학교 초·중·고생이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이유다.

해마다 9월 1일 엄수되는 간토 대학살 조선인 추도식에도 전임 지사들과는 달리 추도문 전달을 거부하고 있다. 극우로 분류되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지사도 보내던 추도문이다. 도쿄도 공무원들은 “(고이케 지사가) 한국을 정말 싫어한다”고 전한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일본의 구장(구청장) 급에서 한·일 수도 교류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런 기대에도 반한지사의 존재가 양국 수도 교류의 걸림돌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으로 국제협력의 계기를 제공한다. 한·일 중앙정부 차원은 물론 양국의 관문인 수도 차원에서도 방역, 검사, 의료체제 구축 등 공동 노력의 여지가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고이케 지사의 한국 경시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교류 확대 모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사상누각식 교류는 결국 위기나 파탄에 봉착한다는 것이 한·일 근현대사의 경험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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